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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통(外統)수] 韓 AIIB 가입, 본 게임은 지금부터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우여곡절 끝에 한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선언했습니다.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습니다. 뒤늦게 가입한 탓에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순간을 실기(失期)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익(國益)은 말 그대로 ‘국가의 이익’입니다. 이익은 기본적으로 경제의 영역이죠. 하지만, 국가를 놓고 보면 한층 이익은 복잡해집니다. 눈에 보이는 이익, 그리고 보이지 않는 이익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고차원적인 방정식입니다. 주요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은 더욱 그러합니다. 


AIIB 가입의 주무부처는 기획재정부이지만, 외교부 역시 참여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적 이익만 고려한다면 오히려 선택과 결정은 단순하지만, 한국을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등과의 관계까지 고려하다보면 선택은 한층 신중해지고 어려워집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AIIB 실기론과 관련,“외교적으로 어떻게 해야 최적의 상태에서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어제오늘 이렇게 발표된 게 국제관계를 고려할 때 최적의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AIIB를 경계한다는 건 공공연한 현실입니다. 세계 금융 경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은 물밑 경쟁이 치열합니다. 각자의 국익을 위해서죠.

한국이 미국의 눈치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외교적 선택을 강행한다는 건 사실상 이상주의에 가깝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일 수 있지만, 이 역시 현실입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서방 주요국이 앞서 가입했지만, 그들보다 앞서 가입을 하는 것이 과연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지는 미지수입니다. 


가입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은 한국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서방 주요국에 이어 동북아 동맹국인 한국까지 AIIB에 가입했다는 소식에 미국은 서운할 것이고, 중국은 환영하리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복잡한 셈법이 필요합니다. 미국 입장에선 AIIB의 존재 자체를 무시할 수 없다면, 차라리 AIIB 내에서 다수의 주요국이 가입해 중국을 견제해주길 바랄 수 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중국은 현재 한국의 가입을 환영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한국과 중국은 이제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AIIB 지분율이나 이사진 구성 등에 있어서 중국의 들러리가 되지 않도록 창립회원국으로서 입지를 강화해야 합니다. 국제사회에선 완벽한 우방도 완벽한 적도 없습니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따질 AIIB 내 지분율을 계산할 때 한국은 5% 내외의 지분율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역시 단정 지을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현재 논의된 내용은 GDP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일 뿐, 세부적인 내용은 이제 창립회원국 간의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의사결정 구조도 논의 대상입니다. 국제기준에 맞게 AIIB가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현 시점에서 가입한 것이 국익을 위해 최선이었다는 입장을 이제 정부가 증명할 차례입니다. 큰 산을 넘었지만, 더 큰 산이 남아 있습니다. 고차원적인 방정식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죠.

본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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