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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리지푸어…‘굿바이 전문대’
전문대 ‘중포자’ 4년제의 두배
고졸과 임금수준 등 이점 없어…학벌사회의 사회구조가 문제


전문대를 다니다 중간에 그만두고 떠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4년제에 비해 취업에 유리하다는 통계ㆍ분석과 달리, 고졸과 4년제 사이에 끼어 큰 이점이 없는 ‘샌드위치’ 신세라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방통대ㆍ사이버대 제외)의 중도탈락(자퇴, 미복학, 미등록 등) 비율은 2012년∼2014년 각각 4%, 4.1%, 4%였다.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 위치한 4년제 대학만 보면 이 비율은 각각 3.1%, 3%, 3%로 더 낮았다.

이에 비해 2, 3년제 전문대(사이버대 제외)의 중도탈락 비율은 같은 기간 각각 7.2%, 7.6%, 7.5%에 달했다. 비수도권에 위치한 전문대만 보면 이 중도탈락 비율은 7.2%, 7.8%, 7.8%로 더 높았다. 

전문대학의 중퇴자가 일반대학에 비해 2배가 넘는다는 통계가 나온 가운데 27일 서울의 한 전문대학으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전문대를 떠나는 학생비율이 4년제의 2배에 달하고, 그 수치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전문대를 떠나는 것은 전문대 졸업만의 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쏟아붓는 등록금에 비해 고졸 취업자보다 상황이 크게 나을 것이 없고, 그렇다고 4년제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부분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2009년 모 전문대 인터넷정보과에 입학한 이모(26) 씨는 한 학기를 마치기도 전에 학교를 그만뒀다.

무엇보다 고졸 취업자와 임금격차가 크지 않다는 사실이 컸다.

그는 “선배들에게 ‘전문대 출신은 고졸과 이력서가 같이 평가된다’는 등의 말을 들으며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대를 나와도 고졸과 큰 차이가 없겠다”고 생각한 이 씨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13학번)에 뒤늦게 입학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학력별 기업의 임금수준은 전문대졸 247만1000원, 고졸생산직 221만8000원으로 조사됐다.

학벌을 중시하는 분위기도 전문대를 떠나는 한 원인이다.

2010년 서울 모 전문대 영어과에 입학한 김모 (26ㆍ여)씨는 “처음 한 학기 동안 ‘우리 학교’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은 ‘어차피 떠날 것’이란 생각으로 전문대를 4년제 편입을 위한 과정 정도로 여긴 탓이다. 12학번으로 서울 모 4년제 대학에 들어간 김 씨는 “굳이 학벌이 아니라고 해도 4년제와 전문대의 임금격차가 크니 학벌을 따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대 졸업장 없이 바로 취업하겠다며 자퇴하는 학생도 많다.

비싼 등록금을 내다 ‘칼리지푸어’(college poor)가 될 바에야 그 편이 차라리 더 낫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4년제와 전문대를 ‘기능적 분업’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위계적으로, 상하관계로 구분하는 사회구조와 시선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지웅ㆍ양영경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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