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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法 톡!] 대법원, 동성애 다룬 소설 ‘표절’ 첫 판결…소설 속 내용은?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동성애를 소재로 한 소설과 줄거리와 등장인물 등이 유사한 로맨스 소설에 대해 대법원이 표절이라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 이른바 ‘BL’(Boy’s Love) 장르 소설의 저작권을 침해한 데 따른 재산상 손해를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례여서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A 씨가 자신의 소설을 베꼈다며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A 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인터넷 유명 BL 작가인 A 씨는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개인 홈페이지에 ‘더 데드 오브 윈터’라는 제목의 소설을 연재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남제자와 사랑에 빠진 미술 교사가 집착이 심해져 죄를 짓고, 그 죄책감 속에 살아가다 재회해 결국 서로 용서하며 구원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A 씨는 이 소설을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자비로 출판해 개별적으로 신청한 회원들에게 판매했다. A 씨의 소설은 입소문을 타 인터넷 BL 소설 커뮤니티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한편 B 씨는 2009년~2010년 한 인터넷 카페에 ‘현기증’이란 제목으로 로맨스 소설을 연재하고 출판사를 통해 책으로 출간했다.

B 씨의 소설은 미술학원 여교사가 사랑했던 남제자와 10년 만에 다시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과거 제자의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종용했다가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여주인공이 제자와 서로를 용서하고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A 씨는 “‘현기증’이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내용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표절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두 소설의 주제나 등장인물, 사건전개가 유사성을 가지곤 있지만, 창작성을 무단 이용했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라며 기각했다.

반면 2심은 “등장인물과 그들 사이의 갈등관계 및 그 갈등이 해소되는 구체적 과정 등에서 상당 부분 창작성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또 B 씨가 과거 BL 소설 사이트에 가입해 동성애 소설을 연재했고 A 씨의 데뷔작을 읽은 적도 있어 ‘더 데드 오브 윈터’를 접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줄거리와 특징적 에피소드에서 창작성을 공유하고 있고, 이 같은 유사성은 두 소설 전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포괄적ㆍ비문언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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