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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의 이 장면&이 대사] ‘하이드 지킬, 나’, 20편 짜리 60분 광고물…의리로 보셨나요?
[헤롤드경제=고승희 기자] 외모도 연기도 빠지지 않았다. 톱배우 현빈과 현빈의 두 얼굴을 사랑하는 한지민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화제가 됐던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가 지난 26일 마침내 마지막 방송을 마쳤다.

지난 1월 21일 첫 방송된 드라마는 8.6%(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로 시작, 4.3%로 끝이 났다. 이름만으로도 출중한 검증된 배우들을 캐스팅하고도 과거 ‘애국가 시청률’로 불리던 3%(자체 최저 시청률 3.4%)대의 굴욕을 맛본 진기한 드라마다.

‘하이드 지킬, 나’는 이충호 작가의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비슷한 시기 MBC ‘킬미, 힐미’가 이미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 같은 다중인격 소재를 안방으로 데려온 후발주자였다. 


드라마는 완벽한 로맨틱코미디였다. 회차를 거듭하며 스릴러와 액션을 어설프게 섞어 복합장르를 표방했으나, 밀도가 떨어지는 스토리는 결국 ‘기승전멜로’로 타고 흘렀다. 때문에 아쉬움이 많은 드라마였다. 한창 ‘정신병’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우후죽순 쏟아지며 현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저마다 안고 있는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에게 위안을 주고자 했던 것과 달리 ‘하이드 지킬, 나’는 사랑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상파 드라마가 고질병처럼 안고 있던 ‘멜로 강박증’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였다. 너나없이 고단한 시청자는 더이상 예쁜 로맨스에 대리만족을 느끼지 못하는데 이미 수도 없이 반복했던 로맨틱코미디의 법칙을 충실히도 따랐다. 모나고 까칠한 재벌가 남주인공과 당차고 꿋꿋한 여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그렇다.

여기에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가 더해졌다면 좋으련만 드라마는 수준 높은 시청자를 상대로 말이 너무 많았다. 두 주인공의 독백이 과도하게 넘쳐 ‘밀당’(밀고 당기기)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고, 반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밋밋한 러브스토리엔 지루함만 남았다. 드라마 마지막회에 융합치료를 받아 로빈(현빈)과 이별을 해야하는 장하나(한지민)의 눈물이 뻔해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분명한 것은 예쁘고 멋진 두 주인공은 더없이 훌륭한 그림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배경이 된 제2롯데월드처럼 예쁜 그림 만들기에만 충실했던 덕에 이 장면들은 도리어 30초 짜리 CF를 60분 동안 이어붙인 모습에 불과했다. 내세울 건 두 배우의 얼굴과 회당 4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충당하고자 군데 군데 끼워넣은 눈에 빤히 보이는 PPL(간접광고)이라는 것을 제작진 스스로가 보여준 셈이라, 언제라도 무너져내릴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이를 테면 ‘망고식스’가 너무 나와 TV에서조차 망고향이 넘실거렸고, 현빈의 애마 ‘벤츠’는 드라마 속 그의 집 못지 않게 많이 등장했다. 두 사람의 데이트는 PPL을 위한 데이트였으며, 그 가운데 압권은 현빈에게 그의 비서가 “상무님, 드세요. 건강에 좋아요”라며 ‘백산수’를 따라주는 장면이었다. 지지부진했던 시청률로 인해 협찬업체들도 울상이었겠지만, 배우들의 고군분투 역시 간간히 눈물겨울 정도였다.

그래도 결국엔 해피엔딩이었다. 로맨스는 이뤄졌고, 사랑은 계속 됐다. 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해피엔딩이었을까.

TV 드라마에 출연하며 현빈 한지민이라는 두 배우의 존재감이 이토록 휘청한 적은 그동안 없었다. 장장 20회를 내보냈으나 이 드라마가 여전히 방영 중이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시청자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혹은 의리의 시간이 마침내 끝났다며 쾌재를 부를 지도.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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