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안도현의 ‘사람 사람’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몇년째 불고 있는 복고바람은 그리움에 닿아있다. 이는 그 시절 즐겼던 문화의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거리감을 확인하는 자기인식이기도 하다. 안도현 시인의 ’사람과 사람‘(신원문화사)은 추억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불러와 그와 함께 했던 사람과 관계, 행위의 의미를 되돌려 본다. 외손자를 위해 정성을 다해 방패연을 만들던 외할아버지와 연의 마음 얘기를 비롯, 안방의 보이지 않는 질서, 라면 이야기 등 지난 시절의 얘기는 비슷한 연배의 세대에게는 추억을 되돌아보는 재미를 준다. 특히 시인 특유의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올린 통찰과 따뜻한 시선이 봄처럼 느긋하다. 그 중 ‘라면/예찬’은 압권. 까마득한 삼양라면의 구전민요같은 구절, ’오골오골한 라면에/육류 수프를 넣고/칠칠하게 끓이지 마시고/팔팔하게 끓여서/구수하게 잡수시고/10원짜리 동전 두개만 내십시오‘를 기억해내 추억을 맛깔스럽게 펼쳐낸다. 라면땅을 어린이용 라면인줄 알고 끓여먹은 에피소드, 가난한 자취생의 허기를 채워준 라면의 역사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1부는 연날리기, 만년필, 엿장수 등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어린시절 추억과 함께 현재의 감회를 담담한 어조로 풀어냈고 2부는 일상에서 시인이자 작가로서 느끼는 통찰을 통해 시인의 자세와 삶을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3부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작가의 고백이 들어있다. “연은 연의 힘으로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만년필 글씨는 한번 쓰면 고칠 수가 없다. 그것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소리다.”, “철길은 왜 하나가 아니고 둘인가?”등 사물을 통한 깨달음은 산문의 즐거움과 깊이를 더해준다.


사람 사람/안도현 지음/신원문화사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