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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비중 사상 최대 불구…속타는 정유사들
고정거래처 줄어 마진율 낮아…새로운 수출시장 개척 온힘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석유제품 매출 65조8653억원 중 49조6763억원어치를 해외로 수출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75.42%. 역대 최대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07년 수출이 매출의 50%를 돌파한 이래 매년 꾸준히 비중을 늘려 지난해 75%를 넘어섰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개 정유사들의 합산 수출 비중도 지난해 48.79%로 사상 최대치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정제업을 글로벌 수출산업으로 키워냈다는 자부심을 가질만하지만, 정작 정유사들의 속내는 타들어간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대한 석유제품 수출이 전년대비 30% 늘어 전체 석유제품 수출 비중을 키웠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석유중개시장은 특정 국가의 고정 거래처에 비해 마진이 낮아 정유사들의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반면 고정 거래처인 중국에 대한 수출은 8.4%, 대만 27.4%, 일본은 10.3% 감소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문영석 석유정책연구실장은 “고정된 계약선이 아닌 싱가포르 중개시장에 헐값에 판매하게 되면,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훨씬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판매 물량 증가는 곧 정제마진 감소로 이어진다. 정제마진이란 정유사들의 원유를 수입해 정제시설을 통해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가공해 팔면서 남는 이익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싱가포르 중개시장의 공급과잉이 곧 전체 석유제품 가격을 끌어내리는 것이다.

지난해 말 유가 급락으로 글로벌 정유사들이 공장 가동률을 줄이면서 최근 1~2개월 반짝 정제마진이 올라갔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제마진이 다시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영석 실장은 “최근 정제마진이 잠깐 급등했지만, 본래 수출시장인 북미와 중국 등지에서 자급률을 높이고 있어 구조적으로 정제마진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구조조정, 연봉동결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편, 새로운 수출시장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수출 격전지로 급부상한 인도네시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석유제품 수요증가세가 빠르고, 최근 휘발유 제품규격을 강화하고 있어 우리 제품에 대한 호응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사를 통해 현지 석유시장 구조변화를 시시각각 모니터링하며 고정거래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자국 내 노후 정제설비를 폐쇄해 휘발유 수요가 증가하는 호주시장도 또다른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호주 수출물량이 전년대비 각각 100%, 40% 늘어났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호주 외에도 모기업인 사우디아람코를 통해 안정적인 해외 판매처를 확보했다. GS칼텍스는 러시아와 필리핀 시장까지 거래처를 확대하고 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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