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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동차-승강기 간격 25㎝…서민의 발이 위험하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 <2> 지하철
최근 3년간 발빠짐 사고만 225건…국토부 권고 안전기준 최대 10㎝
서울 277개 역중 124개 규정미달…대부분 곡선구간 부득이하게 발생
스크린 도어 닫힘 고장도 빈번…무리한 탑승등 ’안전불감증’도 한몫


지난 25일 오후 6시30분, 퇴근 시간에 찾은 서울 ‘교대역’은 어떻게든 지하철에 올라타려는 사람들과 반대로 지하철에서 내리려는 사람들이 뒤엉켜 혼잡했다. 열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내리기가 무섭게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십명의 사람들이 그들을 비집고 올라탔고, 일부는 지하철 스크린도어가 닫히기 직전 무리하게 열차에 뛰어들어 몸을 구겨 넣었다. 미처 추스르지 못한 가방이 출입문에 끼어 문이 열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승객들은 “살짝 문에 끼인 정도인데 뭘….”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서민의 발 지하철, 발 밑이 가장 위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에 따르면 지하철 탑승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는 열차-승강장 사이 ‘발 빠짐’ 사고다. 최근 3년간 225건이나 발생했다.

이날도 서울 지하철 5호선 충무로역의 열차 탑승구 앞 노란 정지선 바로 밑으로 ‘주의! 전동차와 승강장 간격 17㎝’ 라는 표지판 붙어있었다. 

26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 염창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다음 열차를 탑승하라”는 안내방송에도 만원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무리하게 몸을 집어넣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오른손에 지하철노선도를, 왼손에는 아이 손을 잡고 있던 한 외국인, 지하철을 타며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을 확인했다. 이어 아이 손을 당기며 주의를 준 뒤 지하철에 탑승했다.

국토교통부가 권고하는 열차-승강장 간격의 안전 기준은 최대 10㎝이지만, 서울 전체 277개 지하철역 가운데 124개는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

지하철 5~8호선 역사 중 19곳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20~25㎝다. 대부분 곡선 구간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열차-승강장 사이가 멀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승강장 발빠짐 사고는 특히 다리가 짧은 아이들이나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에게 위험하다.

신체나 휠체어가 틈새에 빠진 상태에서 열차가 출발하면 자칫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매일 지하철을 탄다는 전모(87ㆍ여) 씨도 “발 밑 간격이 넓어서 열차에 탈때면 꼭 아래를 보면서 문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오른다”고 말했다.

▶안전 위한 ‘스크린도어’ 관련 사고도 빈번=안전을 위해 설치된 스크린도어 관련사고도 빈번하다. 최근 3년간 지하철 1~4호선에서만 10여건의 크고 작은 스크린도어 관련 사고가 접수됐다.

2012년엔 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 역에서 70대 남성이 무리하게 열차에 승차하려다 스크린도어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졌고, 같은해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에서는 20대 여성이 스크린도어에 얼굴과 다리를 부딪치기도 했다.

접수되지 않은 건까지 합치면 스크린도어로 인한 사고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승객들의 ‘안전불감증’은 쉽사리 가실 줄 모른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수역에서 이모(81ㆍ여) 씨가 문이 닫히고 있던 열차에 지팡이를 밀어 넣었다가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갇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광화문 역에서도 퇴근길에 오른 승객 중 일부가 “문을 닫는다”는 지하철 안내 방송에도 외려 열차에 뛰어들다 문이 닫혀 뒷걸음질 치는 일이 몇 차례 반복됐다.

열차를 기다리던 직장인 박모(27ㆍ여) 씨는 “예전에 어떤 남자 분은 열차에 타려고 달려가다 스크린도어가 닫히며 몸을 세게 부딪친 적이 있었다”면서 “당시엔 민망한 듯 뒤로 물러섰지만 자칫 크게 다칠 뻔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양모(24ㆍ여) 씨는 “마지막에 탄 사람은 잡을 곳이 없어 출입문 위 벽부분을 잡으면서도 어떻게든 지하철에서 버티려 한다”면서 “문이 닫히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박혜림ㆍ장필수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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