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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조용직]‘당구여신’ ‘피겨여신’…여신의 자격
신성의 격하인지 인성의 격상인지 그 배경은 불명확하지만 요즘 국내 스포츠계에서는 ‘여신’이란 별명이 붙는 여성 스포츠스타들이 종종 있다.

최근 당구에서 또 한명이 ‘여신’으로 추대받은 모양이다. 아마추어 당구 동호인 한주희(31) 씨다. 한 씨는 올 2월 모 케이블채널에서 방영한 ‘3쿠션 남녀스카치클래식’에 출전해 연예인 뺨치는 빼어난 외모를 과시했고, 깜짝스타가 됐다. 그리고 그의 모습에 반한 이들은 ‘당구 여신’이라고 칭송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매스컴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차유람의 뒤를 잇는 당구 여신’이라고 치켜세우기 바빴다.

졸지에 정식 선수도 아닌 동호인 한 씨와 비교된 차유람.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당구 선수 중 한 명이다. 국내 랭킹 최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며 국제대회에서도 자주 입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비교는 마치 사회인 야구 2부리그 선수를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후계자로 지목하는 것처럼 헛웃음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고 보면 여신이란 타이틀은 그와 엇비슷한 별명 ‘여제’ ‘여왕’과는 뉘앙스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여왕, 여제는 해당 종목의 일인자급 실력자에게 붙는 명예로운 칭호다. 김연아가 ‘피겨 여신’보다는 ‘피겨 여왕’ ‘피겨 여제’로 불린 예가 훨씬 많았고, 통상의 미모 기준에선 미인으로 보기 어려운 장미란에게도 ‘역도 여제’란 별명은 익숙하기만 하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김연경 역시 ‘배구 여제’다.

하긴 케이블의 스포츠전문채널에서 활약중인 미모의 스포츠 아나운서들도 ‘배구 여신’ ‘야구 여신‘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반드시 선수여야만 해당 종목의 여신으로 불릴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여신으로 불리는 데 부끄러움이 없으려면 해당 종목에서 최소한의 기여도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포츠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여성 아나운서들은 해박한 관련지식으로 현장 소식을 전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각 종목의 인기 유지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데뷔 초기 때는 미모뿐이라던 비판을 받았던 차유람도 부단한 노력으로 현재의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에 걸맞은 실력을 쌓았다.

한 씨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보자. 여신이란 호칭이 그에게 합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일각에서는 소위 여러명의 ‘월드컵 응원녀’들이 그랬던 것처럼 매스컴을 이용해 빠르게 연예계에 데뷔하기 위한 수단으로 당구라는 스포츠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마침 최근 한 씨가 유명세를 탄 직후 연예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결국은 진정성의 증명이 이런 의심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정식 선수가 되고 최소한의 성적은 낸 이후 다시 여신을 이야기하자. 여자 3쿠션 종목은 남자 3쿠션이나 여자 포켓볼과 달리 진입장벽이 낮아 의지만 있으면 선수가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난 해 말 해외에서 열린 여자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이신영, 10년이 넘도록 여자 포켓볼(풀)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김가영에게 너무 미안해진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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