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무심코 살인고백’ 美 재벌, 71년 여대생 실종 연루혐의도 추궁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방송 인터뷰 중 엉겁결에 살인을 고백한 로버트 더스트(Robert Durstㆍ71)에 대한 수사가 45년 전 미제사건으로까지 확대됐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버몬트주 경찰은 1971년 미들버리대 여대생 린 슐츠(Lynne Schulzeㆍ당시 18세)의 실종이 더스트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현재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미 수년 전부터 슐츠의 실종과 더스트와의 연관성을 인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71년 실종된 린 슐츠(왼쪽)와 용의자로 지목된 로버트 더스트(오른쪽)


슐츠는 코네티컷주 심스베리 출신으로 1971년 당시 버몬트주 미들버리대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었다. 그러나 그 해 12월 10일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해졌다.

1992년 경찰은 수사를 재개하고, 슐츠 실종사건과 관련된 단서를 추적해왔다.

2012년 7월, 슐츠의 실종과 관련해 익명의 제보전화가 경찰로 걸려왔다. 제보자는 슐츠가 실종된 당시 더스트가 미들버리에서 장사를 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실제로 더스트는 재벌가의 삶을 거부하고 뉴욕을 떠나 1971년 시골마을 미들버리로 이사를 와 건강식품점 ‘올 굿 싱스(All Good Things)’를 운영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슐츠의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곳도 더스트가 운영하던 식품점 맞은편 버스 정류장이었다. 실종 당일 슐츠가 이곳 버스 정류장에서 ‘올 굿 싱스’에서 산 자두를 먹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도 나왔다. 이 날은 학교 기말고사가 있었지만 슐츠는 결국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17일 경찰 차량을 타고 법원 청사를 떠나는 로버트 더스트


슐츠가 더스트의 가게 앞에 서있었다는 것 외에는 아직 그의 혐의를 밝힐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상태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이 더스트에 대한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아 진술 기록도 없다. 더스트는 이사온 지 2년 만에 미들버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서야 경찰은 더스트가 당시 살았던 미들버리 집을 압수수색했지만 슐츠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더스트는 과거에도 두 차례 실종 및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1982년엔 첫번째 부인의 실종으로 조사를 받았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이때의 아내는 더스트가 미들버리에서 건강식품점을 운영할 때 같이 살았던 인물로, 슐츠의 실종 당시 더스트의 행적을 잘 아는 측근이기도 했다. 미제로 남은 아내의 실종사건은 2010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더스트의 아내 실종사건을 다룬 영화 ‘올 굿 싱스’. 영화 제목이 더스트가 운영한 건강식품점 이름과 같다.


2000년엔 아내의 실종과 관련해 경찰에 증언하기로 한 여성이 피살되면서 더스트는 다시 용의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혐의가 입증이 안 돼 이 역시 미제로 남았다.

더스트는 미국의 유명한 부동산 재벌 집안 3세다. 포브스는 더스트 가문의 자산이 총 44억 달러(약 4조8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더스트 가문이 소유한 부동산 자산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뉴욕의 랜드마크 ‘원 브라이언트 파크(One Bryant Park)’와 ‘포 타임 스퀘어(Four Times Square)’ 건물 그리고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졌다가 재건립된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One World Trade Center)’의 지분 10% 등이 모두 더스트 일가 소유의 자산이다.

그런 그가 덜미를 잡힌 것은 3년전 인터뷰가 발단이 됐다. 살인과 실종에 연루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 중인 HBO와 인터뷰를 하다가 “내가 다 죽여버렸지”라고 중얼거렸고, 제작진이 이 녹음파일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결국 그는 지난 14일 긴급체포됐다.

한편, 실종된 슐츠의 부모는 이미 사망했지만 대신 슐츠의 형제가 여전히 사건의 해결을 바라며 이번 더스트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oz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