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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2년에 18배’…中 최고갑부 회사의 주가폭등에 의혹?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 기자]중국 최고 부호가 소유한 회사의 비상식적인 주가 폭등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가 높아지고 있다. 2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수상한 매매패턴에 서양의 금융전문가들이 현미경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리허쥔(李河君) HTFPG그룹 회장.

화제의 중심에 선 회사는 중국 태양광업체 ‘하너지박막발전그룹(Hanergy Thin Film Power Group)’. 이름 그대로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박막 필름을 비롯해 관련 부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다. 지난 1994년 설립돼 베이징에 기반을 둔 불과 20년 된 젊은 회사지만, 세계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고 직원 수도 1만명에 달하는 등 빠르게 성장해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주가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HTFPG그룹의 주가는 2013년 이후 현재까지 2년여 사이에 1840%가 뛰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17일 후강퉁(중국 본토 상해거래소와 홍콩거래소의 교차거래)이 실시된 이후 4개월 만에 주가가 7배 이상 뛰었다. 본토의 자금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HTFPG그룹의 폭발적인 주가 흐름. 2년만에 18배가 올랐다.(출처=비즈니스 인사이더)

물론 실적이 뒷받침되면 주가가 크게 오를 수도 있다. 애초에 시가총액이 적은 회사라면, 매수세가 몰려들면서 주가가 크게 오를 여지도 있다. 하지만 HTFP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55%정도 늘었을 뿐이다. 그에 비하면 주가 상승폭이 너무나 크다. 주가 폭등 전 회사의 시가총액도 3조원선을 오갔다. 결코 가벼운 주식이 아닌데도 주가가 그야말로 폭발했다. 현재 회사의 시가총액은 400억달러, 우리돈 45조원에 육박한다. ‘트위터(twitter)’의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를 조금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HTFP그룹의 시총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덕분에 오너인 리허쥔(李河君) 회장은 일시적이지만 중국 최고의 부자 자리에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중국의 후룬연구소가 발표한 ‘2015년 후룬 부호 명단’에서 그는 자산총액 1600억 위안, 우리돈 28조1000억원으로 중국 최고 부자로 꼽혔다. 중국부자의 대명사인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1550억 위안)이나 마윈 알리바바 회장(1500억 위안)을 제치고였다. 포브스에 따르면 세 사람은 현재 자산 규모 220억 달러선을 오가면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상황이다. 

회사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리허쥔(李河君) HTFPG그룹 회장은 중국 최고 부호 가운데 한사람으로 떠올랐다.
리 회장 역시 다른 중국 부호들과 마찬가지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67년 8월 광둥성 허위안(河源)시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원 재학 중에 사업을 차렸으나 실패하고 중관춘(中關村) 길거리 좌판에서 시작해 불과 20여년 만에 오늘날의 HTFP그룹을 일궈냈다. 회사의 주가가 급상승하던 초기에는 서구 언론과 전문기관들도 그의 성공담에 주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좀 바뀌고 있다. 서구의 전문가들과 전문기관들이 HTFP그룹의 주가 상승에 의혹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13년 이후 올해 2월까지 80만건에 달하는 HTFP그룹 주식의 거래 내용을 분석한 결과, 묘한 패턴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FT에 따르면 HTFP그룹의 주가는 장이 시작하면 하락하다가 장 종료 10분 전에 주문이 몰리면서 급등하는 패턴을 나타냈다. 누군가가 주가를 다소 과도하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FT는 “만약 어떤 투자자가 2013년 1월부터 1000홍콩달러어치의 HTFP그룹 주식을 아침 9시 개장과 함께 샀다가 오후 3시30분에 파는 것을 반복했다면 그의 주식가치는 현재 635달러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매일 장 종료(오후 4시) 직전까지 10분씩만 (매도를) 참았다면 현재 그의 재산은 매일매일의 시초가 증가분(overnight gain)을 제외하고도 8430달러가 됐을 것”이라고 시뮬레이션 결과를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도 FT의 주장과 비슷하게 HTFP그룹의 주가에 의혹을 보내고 있다. 라제시 아가왈(Rajesh Aggarwal) 노스이스턴대학의 재무학 교수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특히 주가 조작 사례 연구에 있어서 전문가다. 그는 “장 막판 10분씩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이 같은 패턴이 매일 우연히 발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지난 2년간 주가가 조직적으로 조작됐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HTFPG그룹 CI 및 회사 전경

서양 언론과 전문가들의 의혹제기에 회사나 중국 금융당국은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나 홍콩 전문가들도 여러가지 정황상 HTFP그룹의 주가 상승이 도를 넘었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주가 상승의 이유에 대해서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홍콩증시에서 HTFP그룹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의 숫자도 3명에 불과하다. 기관이 보유한 물량 역시 3% 선에 그치는 상황이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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