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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형우 채널] 최형우, 방출 선수에서 4번 타자가 되기까지
[헤럴드경제 순스포츠=김송희 기자]흔히들 야구를 인생에 비유한다. 9회라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희로애락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한 번 실패하더라도 기회는 다시 오고, 객사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전진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하기 위해서는 피땀 섞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다는 점 등. 야구는 참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과 많이 닮아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4번 타자 최형우의 인생이 꼭 그렇다. 드라마틱한 야구경기 같은 그의 삶을 되돌아보자.
사진=삼성 라이온즈

전주고를 졸업한 최형우는 2002년 신인 2차 6라운드(전체 48번)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 우투좌타의 포수였던 그는 가난했던 집안에 도움이 되고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계약금 5000만원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다. 타격에 재능이 있었기에 1군으로 호출됐지만 4경기 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왔다. 수비에서의 약점 때문이었다. 포수로서의 기량이 부족하다는 판정을 받은 그는 줄곧 2군에 머물렀다. 그리고 2005년 말,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방출 통보가 내려졌다.

야구 밖에 모르던 최형우에게 사형 선고와 같은 방출 통보.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지원했지만 상무마저 그를 외면했다. 절망뿐인 그에게 한 줄기 빛이 찾아왔다. 새로 창단한 경찰청에서 그를 받아준 것이다. 타격 하나만큼은 자신 있던 최형우는 외야수로의 전향을 시도하며 2006년 퓨처스리그 타율 0.344, 11홈런, 44타점을 기록하며 기량을 발전시켰다. 끝없는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2007년 북부리그 타율 0.391, 22홈런, 76타점으로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며 2군 무대를 평정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급하게 최형우와의 재계약을 추진했다. 방출된 팀에 다시 돌아온 최형우는 180도 달라졌다. 2008년 전 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276, 19홈런(5위), 71타점(팀 내 1위)를 기록하였다. 만 25세 나이의 역대 최고령 프로야구 신인왕(2011년 삼성 배영섭이 갱신). 방출의 한을 깨끗이 지워버리는 활약이었다. 2009년 더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팀의 부진으로 인해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수비력에 대한 논란도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2011년 삼성의 4번 타자 최형우는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우뚝 섰다.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0, 163안타, 30홈런(1위,) 118타점(1위), 37 2루타(2위), 장타율 0.617(1위)를 기록하며 프로야구 공격지표의 상위권을 독식했다. 데뷔 첫 3할,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함과 동시에 이대호를 제치고 최초의 우투좌타 홈런왕이 되었다. 골든 글러브 또한 그의 것이었다. 3할5푼의 득점권 타율(4위), 18개의 결승타(1위)라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침체된 삼성 타선의 해결사였다. 막강한 투수력에 비해 타선이 약했던 삼성은 최형우의 맹활약으로 통합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최형우에게 시련은 한 번 더 찾아왔다. 2012년 4월 한 달간 타율이 1할 대에 머무르며 최악의 슬럼프에 빠지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묵묵히 노력했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열흘 뒤 바로 1군에 올라와 감을 찾으며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다소 주춤했던 2012년을 뒤로하고 최형우는 다시 리그 최고의 타자가 되었다. 삼성의 주장을 맡은 그는 2013년 부활에 성공해 2년 만에 골든 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2014년, 최형우는 다시 한 번 날아올랐다. 타율 0.356(5위), 153안타, 31홈런(5위), 100타점(7위), 92득점(7위), 장타율 0.649(4위), 출루율 0.426(7위), OPS 1.075(4위). 3할,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하며 KBO리그 최고의 좌타자임을 입증했다. 포스트시즌 최다 2루타(15개)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군에서 고작 6경기 뛰고 방출된 선수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최형우가 아니면 누가 4번을 칩니까”라는 류중일 감독의 말처럼 이제 최형우는 대체불가의 선수가 되었다. 올 시즌 주장 완장을 박석민에게 넘겨줬지만, 그것이 최형우의 가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의 4번 타자는 누가 뭐래도 최형우다. 삼성의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앞장서 이끌었던 그가, 온전히 4번 타자로 활약할 시간이 온 것이다.

kms@soo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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