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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공부방’ 하루아침에 폐쇄위기
서울메트로 직원후원금으로 운영…양천구 “비인가시설 안전 책임못져”


새터민, 다문화가정, 지역 내 저소득층 아이들이 방과후 합창, 서예, 연극놀이, 자기주도학습등을 하며 꿈을 키워오던 공부방이 하루아침에 폐쇄 됐다. 

서울메트로 신정차량기지 직원들이 15년간 모은 후원금으로 운영해왔던 ‘지하철 공부방’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5일 서울메트로 직원들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운영되던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 내 교실이 지난 23일 폐쇄됐다.

지난해 말 학교 측에서 센터를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집행과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이후 센터 측이 응하지 않자 교실의 열쇠를 바꾸고 전기를 차단한 것이다.

폐쇄 이유는 학교측이 “이 시설이 비인가시설이고 방과후 교육에 대해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학교에서 운영하는 돌봄교실에 공부방을 편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센터를 후원하는 차량기지 직원들은 학교 돌봄교실에 편성된 예산도 없는 상태에서 학교가 그간의 역사와 아이들의 바람을 무시하고 무조건적인 철거만 요구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하철 공부방’이 생긴 것은 지난 200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당시 신정차량기지 직원들은 생활이 어 려운 주변 임대아파트 아이들을 차량기지로 초청해 한 두 끼씩 밥을 먹이기 시작하다 자연스레 공부방을 차리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400명이 넘는 차량기지 직원들이 한달에 3000원∼1만원씩 모은 후원금에다 주변 지역사회와 기업들의 도움을 받았다.

처음에는 은정초등학교 1층 주차장 입구의 통로를 막아서 생긴 좁은 공간에서 머물다 이내 학교 내 교실을 제공받아 제 모습을 갖추게 됐다.

또 이 공부방은 아이들이 즐거운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차량기지 직원들이 직접 바닥에 전기온돌 공사를 하고 전기조명을 바꾸는 등 땀을 흘려 만든 곳이였다.

이여철(55) 신정차량기지 후원회장은 “교사 인건비 예산도 편성되지 않은 학교 돌봄교실에 아이들을 보낼 수는 없다”며 “아이들이 이곳에서 계속 공부할 수 있게 구청과 학교가 조율해 학교 안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대해 양천구는 “학교측에 수차에 걸쳐 다른 공부방을 구할때까지 편의를 제공해주기를 요청했으나 갑작스럽게폐쇄돼 안타깝다”며 “학교내 시설은 학교장 권한인데 공부방은 비인가 시설이라 행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최원혁 기자/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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