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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에 콧대 낮춘 특급호텔 예식장 “깎아드릴께요”
수천만원 깎아주는등 세일행사
“가격 싼데 이왕이면 호텔에서…”…수요자 몰려 가을까지 예약 마감


#.오는 6월 결혼을 앞두고 호텔 예식장을 알아보던 예비신부 A(32ㆍ여) 씨는 예상보다 저렴한 비용에 깜짝 놀랐다. 호텔 측은 “토요일만 아니면 할인해줄 수 있다”며 약 1200만 원 가량이 할인된 가격을 제시했다. 원래대로라면 식대와 웨딩홀 사용료, 폐백 등을 포함해 3700만 원 가량이 들어야 했지만, 일요일에 결혼할 경우, 웨딩홀과 혼구용품 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어 2500만 원 정도면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A 씨는 “축의금 등으로 식대를 내면 실제로 들어가는 돈은 1000만 원 이하가 될 것 같다”며 “일반 웨딩홀에서 하면 이보다 저렴하겠지만 평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니 이 정도는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

장기 불황 여파로 결혼식을 간소화하려는 예비 부부들이 늘면서, 콧대높던 호텔 예식장들이 가격할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이벤트를 적용해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까지 하던 가격을 대거 깎아주면서 예비 부부들을 유혹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본지가 24일 서울 강남권 일대의 호텔 웨딩홀을 돌며 취재한 결과 상당 수 호텔이 예식비용을 1000만~2000만원 정도 깎아주는 세일행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불황에 1급 호텔에서의 결혼 예약이 절반 가까이 안차고 심지어 장사 안 되자 반값 세일까지도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한 1급호텔의 예약실 모습.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최고가를 자랑하는 서울의 한 특급호텔은 5월~6월 중 결혼할 경우 연회장 대관료와 얼음장식, 폐백실 대여료 등을 무료로 제공해 기존보다 1600만 원 정도 저렴한 가격에 예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할인된 가격을 적용해도 총비용이 5000만 원을 훌쩍 넘어서 서민들에겐 부담스런 수준이지만,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라도 호화결혼을 하겠다는 예비부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도의 한 호텔도 식사와 음주류에 할인가격을 적용하고, 값비싼 꽃장식 등에 이벤트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이 비교적 적은 저녁 예식을 택할 경우에는 웨딩홀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기존보다 1000만 원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이처럼 호텔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가격을 낮추자 호화 결혼을 원하는 예비부부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호텔 측이 1000만 원 이상을 할인해도 여전히 3000만~1억 원 선으로 일반인이 감당하기엔 어려운 수준이지만 일부 예비부부들은 ‘평생 한 번 뿐인 결혼식’이라며 호텔 예식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의 한 특2급 호텔 관계자는 “5, 6월 일요일 분리예식(결혼식을 한 후 식사를 하는 형태의 예식)의 경우 이미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며 “할인 가격이 적용되는 가을까지는 자리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에 수천 만 원을 들이는 호화 결혼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호텔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5만 원 대의 식대만 내고도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예식장이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지난 해 12월 명동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회사원 정모(34) 씨는 “호텔이 세일을 할 정도로 경기가 어려워졌는데, 무리해서 수천 만 원을 들여 결혼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면 스스로의 계급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요즘같은 불황기에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재력이 있는 사람, 일종의 특권층을 의미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권을 과시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다른 사람보다는 더 화려하게 결혼을 하려는 욕구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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