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들만의 축제, 서울패션위크
-라이프스타일부 김아미


“이번 시즌은 컬러가 눈에 띄네요. 그 외에는…글쎄요.”

‘2015 SS 서울패션위크’를 참관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온 중국계 바이어의 말이다.

지난 20일부터 엿새간의 일정으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가 25일 공식적인 행사의 막을 내린다.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에 이어 세계 5대 패션위크를 지향하는 서울패션위크는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6년차를 맞이했다. 서울시(서울디자인재단)가 주도해 시작된 행사는 2012년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회장 이상봉)가 공식 출범하면서부터 민관 공동 주관으로 치러지고 있다. 특히 개최 장소를 둘러싸고 잡음을 빚던 행사는 지난해 3월 DDP가 개관하면서부터 안정적인 장소 확보가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패션위크는 이번 시즌에도 ‘그들만의 축제’라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홍보 부재의 문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20일 개막하는 패션위크에 참여 디자이너가 확정된 것은 3월 초다. 디자이너들은 행사 개막 2주를 앞두고 참여 여부를 통보받았다. 게다가 서울시가 공식적인 홍보에 나선 것은 불과 3일전부터였다. 전세계 패션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는 커녕 자국민들에게조차도 낯선 풍경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는 해외 디자이너가 단 한명도 없었다. 지난해 제너레이션넥스트(신진 디자이너 위주)에 1명의 아시아 디자이너가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올해는 전무했다. 디자이너 선정이 여전히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K패션을 홍보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사에 K패션에 열광하는 아시아인들을 끌어모으지 못하고 있다. 한 기성 디자이너는 “국제적인 무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올해부터 몇몇 디자이너들은 해외 패션위크처럼 ‘지정좌석제’를 실시했지만 이 또한 ‘홍보’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1000여석이 되는 좌석의 70% 이상을 디자이너가 직접 친분있는 사람들 위주로 배분하면서 해마다 빚어왔던 ‘자리 소동’을 올해에도 반복했다. 패션쇼 시작 10분전까지 행사장 바깥 줄세우기는 여전했다. 해외 바이어부터 들여보내는 ‘원칙’은 줄 서있는 일반인들의 원성을 샀다.

둘째, 축제가 없었다. 그나마 지난 FW 시즌 때 야간에 개최됐던 ‘아시아 패션 블루밍나이트’ 같은 행사도 올해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크고 작은 패션쇼가 위성 행사로 열리는 뉴욕패션위크와는 대조적이다. 장안의 옷 잘입는 멋쟁이들을 불러 모았지만 그들이 즐길 것이라곤 공짜 햇빛 밖에 없었다. 특히 유료 티켓 판매없이 디자이너와 친분있는 연예인, 바이어, 기자들, 디자이너협회 유관 교수들이 배포한 티켓 소지자 등만 입장이 허용되는 시스템 때문에 행사장 바깥에 앉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반인들은 ‘강 건너 축제 구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셋째, 아이디어가 없었다. 현실적으로 세일즈가 가장 중요한 디자이너들에게는 바이어가 사 줄만한 물건을 보여줄 수 밖에 없다. 당장 잘 팔릴 옷들을 만드는 데 치중하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이번 시즌 역시 디자이너마다 비슷한 컬러와 패턴이 반복됐다. 서울패션위크 역시 기성복 패션쇼인 ‘프레타포르테(Ready to wear)’을 콘셉트로 하고 있지만 ‘웨어러블(Wearable)’한 것 뿐 그 이상의 아이디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몇몇 젊은 디자이너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기성 디자이너들은 이 큰 무대를 제대로 된 ‘쇼’로 활용하지 못했다. 소수의 해외 바이어들에게 옷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이럴바에야 차라리 디자이너 쇼룸에서 옷을 팔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패션위크가 대중적인 DDP 공간을 기반으로 세계 5대 패션위크로 거듭나고 ‘K패션 축제’라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기에는 아직도 갈길이 멀어 보인다.

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