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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기업의 광기어린 이익률 추구가 소득불균형의 원인”,5조원 슈퍼리치의 솔직한 고백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 기자] “기업이 지나치게 높은 이익률만 추구하는 것이 결국 소득불균형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진보적인 시민단체의 세미나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 같다. 하지만 아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한 거부가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공식적으로’ 주장한 내용이다. 

폴 튜더 존스(Paul Tudor Jones) 튜더 인베스트먼트 창업자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국의 빌리어네어 폴 튜더 존스(Paul Tudor Jones)다 . 그는 지난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2015’에서 연단에 올라 이같이 주장했다. 존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금융 거부다. 젊은 시절에는 면과 밀 등의 선물거래에서 탁월한 성과를 남기면서 세계 금융가에서 주목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그가 세운 투자회사인 튜더 인베스트먼트(Tudor Investment Corporation)사의 가치는 14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재산 역시 45억 달러, 우리돈 5조원에 달한다.

그런 그가 연단에 올라 이같이 주장한 데는 이유가 있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이익이 사회 전반에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존스는 “미국인의 10%가 전체 금융시장 주식의 90%를 손에 쥐고 있는데 기업이 더 높은 수익성과 주가상승만을 추구하는 것은 결국 이들 10%에게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처럼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사회에 기여해 온 몫은 크게 늘어나지 않은 반면에 배당이나 주가상승으로 소수의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부의 크기만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의 기업들은 역사상 여느 때보다 높은 이익률을 구가하고 있다. 그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미국기업들의 이익률은 13%에 육박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이익률이 7%까지 추락했지만 불과 5년 만에 배가 됐다. 

미국 기업들은 역사상 가장 높은 이익률을 구가하고 있다.(출처=존스의 TED 강연)

그는 “기업들이 지나치게 분기 이익, 주가 같은 부분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본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생존을 핑계로 효율과 비용절감, 이익률 증대에만 힘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존스는 “금융시장에 오래 몸담으면서 여러 가지 광기어린(Crazy) 경우를 봐왔지만, 지금이 가장 광기어린 시기”라면서 “과도한 수익성의 추구가 어느 순간 기업들로부터 인간성을 빼앗아버렸다”고 강조했다. 

존스는 소득불균형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본다(출처=존스의 TED 강연)

존스는 이러한 상황이 강화될수록 범죄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봤다. 특히 미국이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대표적인 국가라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들이 지금과 같이 이익률 증대만 추구할 경우 향후 20년간 미국 노동자들의 47%가 직장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섬뜩한’ 농담도 곁들였다. “역사의 사례를 참고하면 소득 불균형의 심화는 결국 세 가지 결론으로 이어질 것이다. 혁명, 더 높은 세율, 전쟁의 세 가지 중 하나다. 나는 어느 것도 바라지 않는다.(None of these are on my bucket list)”고 했다. 

강연 중인 존스. 그는 퇴임후 자신이 생각하는 ‘경제적 올바름’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업의 이익이 최고의 미덕인 금융시장에서 활동해온 그가 경제와 금융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서는 것은 자칫 어불성설로 보인다. 존스 자신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나 역시 그러한 시스템의 일부였지만 이제는 그것을 벗어던졌다”고 고백한다. 퇴임 후 금융시장을 벗어나 더 넓은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존스는 “경제발전과 금융시장의 진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늘어나는 이익과 부에 맞게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더 커져야 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대기업 중심 경제체제와 양극화로 고민하고 있는 대한민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존스가 뉴욕 지역의 빈민 구제를 위해 설립한 로빈후드재단 로고

존스는 현업에서 물러난 뒤 자신이 생각하는 ‘경제적 올바름’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가 사재를 기반으로 세운 로빈후드재단( Robin Hood Foundation)은 그간 145억 달러, 우리돈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성해 뉴욕 지역의 빈민들을 지원해왔다. 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몇해 전에는 비영리 추구 단체인 저스트캐피탈(JUST Capital)을 설립하기도 했다. 저스트캐피탈은 오는 9월 2만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연간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지금 기업들이 사회 발전을 위해 진짜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를 묻는 설문조사다. 내년에는 1000대 미국 공정 기업을 선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저스트 지수 (JUST Index)’를 만들어,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기업들의 활동을 평가하겠다는 계획이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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