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애플의 차기 모바일 AP인 A9의 생산물량 대부분을 확보한 데 이어, 다시 한 번 TSMC로부터 파운드리(위탁생산) 물량을 빼앗아오며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화려한 부활’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삼성전자 로고 |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에 자사 제품의 생산 및 공급을 의뢰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연차보고서에서 이런(삼성전자에 일부 제품의 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새로운 파운드리 거래처로 부상할 것이라는 소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관련 업계에 퍼져왔었지만, 당사자가 직접 나서 확인을 해준 것은 처음이다.
엔비디아는 향후 자사 제품의 용도와 성능에 따라 TSMC(보급형)와 삼성전자(고급형)에 파운드리 생산량을 적절히 분배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 |
그러나 삼성전자가 생산을 담당하게 될 엔비디아의 제품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엔비디아의 기존 주 거래처인 TSMC가 16나노(1nm=10억분의 1m) 핀펫(Fin-Fet) 플러스 공정을 이용한 제품양산에 차질을 겪고 있으므로, 엔비디아 역시 삼성전자의 앞선 14나노 핀펫 공정을 활용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TSMC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양산을 발표한 14나노 핀펫 공정에 대적하고자 지난해 말부터 16나노 핀펫 플러스 공정의 시험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양산은 올 하반기에나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14나노 핀펫 공정에서 생산된 반도체는 TSMC의 16나노 핀펫 플러스 공정을 이용한 반도체보다 속도 및 전력소비량 측면에서 우월한 성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14나노 모바일 AP 엑시노스 7 옥타 시리즈. |
즉 차세대 모바일 AP 테그라X1을 내놓고 관련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초미세공정에 최적화된 제품을 새롭게 설계해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20나노 공정으로 설계된 엔비디아의 테그라X1은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7420이나 퀄컴의 스냅드래곤 810보다 성능이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28나노 공정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20나노 공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14나노 공정에서 GPU를 생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거래선과 관계된 사항이므로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는 올해 초 진행된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14나노 공정이 계획대로 램프업 됐으며 다양한 거래선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는 중”이라며 “시설투자에 따른 생산규모 증가분을 올해 모두 수용할 수 있을 수준의 물량을 확보했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와 엔비디아가 서로 협력적 관계로 돌아서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두 회사의 특허 소송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지난해 9월과 11월 서로가 자신의 메모리반도체ㆍGPU 특허를 침해했다며 관련 거래업체와 제품의 판매금지까지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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