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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민 기자의 테마있는 명소] 서천 동백꽃 주꾸미축제-‘살 통통’ 주꾸미가 맛 올랐다
[헤럴드경제=서천] 임진왜란 때 병조판서에 올라 전란을 지휘했던 백사 이항복(1556~1618)이 충청도를 지나가다 서해안 작은 동백섬에 올랐다.

확 트인 서해바다, 가운데는 작은 섬이 하나 떠 있다.

이항복은 순간 내뱉 듯 시 한 수를 읊는다.

“순식간에 내 몸이 붉은 용을 탄 듯 하더니 / 비린 구름이 비를 보내 깃발을 적시누나 / 창대를 길다란 비로 만들 수만 있다면 / 겹친 구름 말끔히 쓸어 사방을 환하게 터놓겠네”

경치에 탄복하고 동시에 왜군의 침략을 비로 쓸어버리겠다는 의미를 담은 듯 하다.

백사 이항복이 용을 탄 듯 감탄한 경치, 충남 서천군 바닷가 동백섬이다.

서천의 맛 주꾸미 요리
동백섬 동백정에 오르면 확 트인 서해가 발 아래 펼쳐진다.

바다에 접한 작은 봉우리 동백섬에는 500년 이상씩 대를 이어 살고있는 동백 고목이 작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강한 비바람을 버티어 내느라 몰골이 괴목으로 변한 나무들, 어민에게는 바닷길의 안녕을 빌게 했던 명당이었고 선비들에겐 풍류를 즐기게 했던 명소였다. 동백나무는 고통스러웠겠지만 이건 자연이 만든 분재일 만큼 괴목이 됐다. 천연기념물 제169호.

80여 그루의 소규모 동백군락지 사잇길로 오르면 정상에 동백정 정자가 서해를 품어준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그냥 바다만 있으면 밋밋할 수도 있을 법한데 마침 작은 섬 오력도가 ‘점’을 찍어준다.

마량리는 동백꽃 군락지가 있다.

동백정은 선비문화의 상징인데 바로 옆에는 기원을 알 수 없는 오래된 당집이 하나 있다. 이곳 마량리 주민들은 적어도 500여 년 전부터 매년 정월 초사흘 서낭제를 지내왔다고 한다. 기록이 없으니 알 수 없지만 흔적으로 보면 통일신라시대 이전까지로도 유추하고 있다.

선비는 정자에 올라 풍류를 즐겼고, 서민들은 당집에서 제를 올리며 바닷길 안녕과 풍어를 기원했다. 이곳은 함께 공존하는 자리로 이어온 특이한 곳이다.

이 동백섬은 간척사업으로 이제 육지가 됐다.

봄이면 동백정에는 동백꽃이 만발하고 앞바다에는 주꾸미가 춤을 춘다. 이 맘때가 되면 서천사람들은 이곳에서 축제를 벌인다. 살이 통통 오른 봄철 주꾸미 맛기행을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다. 

동백꽃이 핀 동백정

지방이 1% 밖에 되지 않는 주꾸미는 다이어트 및 식이요법 음식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재주 많은 어물이다. 특히 ‘타우린의 보고’라 할 만큼 주꾸미는 타우린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 타우린은 뇌에서 알츠하이머병 원인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조절하고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신경교세포를 활성화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연구결과다.

서천군청 관광과 한상일 계장은 “서천 주꾸미는 소라방을 이용해 산 채로 잡기 때문에 싱싱하고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며 “한 자리에서 동백꽃을 즐기며 주꾸미 맛기행을 할 수 있는 추억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제16회째를 맞은 ‘서천 동백꽃 주꾸미축제’는 지난 21부터 4월3일까지 열린다. 서천군 서면 서인로 235번길 103(마량리 동백나무숲 일원)

서천 동백꽃 주꾸미축제 현장

■ 서천의 또 다른 명소=한산모시마을, 신성리갈대밭, 희리산 자연휴양림, 금강하구 철새도래지, 춘장대해수욕장, 천방산,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문헌서원, 이상재 선생 생가지

■ 서천의 맛=서천김, 서천아귀요리, 주꾸미요리, 자연산 광어와 도미, 자연산 전어요리, 서천박대, 서천꽃게, 해물칼국수, 모시요리, 냉면요리, 민물매운탕

글ㆍ사진=남민 기자/suntopi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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