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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 열 中 셋은 ‘열정페이’ 받아…20%는 채용 뒤 ‘방치’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꽤 이름 있는 공공기관 인턴이었는데 부서 배치 받자마자 담당자가 ‘우리는 사실 시킬 일은 없고 뽑으라고 해서 뽑은거니 너는 업무 시간 중에 네 공부를 하면 된다’고 말했어요.”(남ㆍ26세ㆍ인턴)

#“천문에 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 해서 갔습니다. 그런데 주차요원을 하다가 온 경험이 있어요.”(남ㆍ26세ㆍ국내봉사)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보다 어렵다’는 취업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증언이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지난해 8월~올 2월까지 대학생ㆍ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대외활동 실태조사’를 벌인 과정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여기에서 ‘대외활동’은 학업 외에 기업체 등에서 인턴ㆍ홍보대사ㆍ서포터즈 등의 활동을 하는 걸 말한다.

이런 일을 경험한 대학생 1005명을 대상으로 모바일을 통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4명(36%) 가량은 이른바 ‘열정페이(무급 또는 아직 적은 보상을 주면서 취업준비생의 근로를 착취하는 형태)’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걸로 나타났다.

대외활동을 하더라도 단순근로 강요, 방치, 폭언 등 피해를 입은 비율도 60.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했다. 피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면, 실무체험 등 교육 목적과 관련 없는 단순근로를 한 사례가 36.8%로 가장 많았다. 이런 근무에도 불구하고 ‘열정페이’를 받은 경우는 22.7%로 집계됐다. 모집공고에 활동 내용이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아 예상과 다른 일을 한 경우는 22.7%였다. 뚜렷한 활동이나 주최기관의 관리없이 방치됐다는 답은 18.2%에 달했다. 주최기관 담당자에게 폭언ㆍ협박ㆍ성희롱을 당한 사례도 7.1%였다.

피해를 입은 대학생들은 하소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설문 대상자 1005명 가운데 42.9%는 ‘참았다’고 답했고, 11.8%는 ‘활동 중단’을 택했다고 했다. 이렇게 ‘참거나, 활동을 중단한’ 대학생 550명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52.9%는 ‘개선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22.5%는 ‘문제라고 인지 안함’이라고 했고, ‘취업이 불이익 우려’라고 답변한 비율은 13.5%였다.


이렇게 실익이 없어 보이는 대외활동이지만 대학생의 46%는 ‘대외활동을 하지 않으면 취업에 불리할 것 같다’는 이유로 인턴 등의 자리를 구하고 있는 걸로 조사됐다. 이같은 수치는 청년위원회가 올 2월 대학생 34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 조사를 한 결과다. 위원회 측은 “이미 대외활동을 경험한 대학생 1005명의 48.1%는 자신의 전공이나 개인적인 관심사와 관련이 없어도 취업스펙을 위해 대외활동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재를 채용해야 하는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대외활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청년위가 중견ㆍ대기업 인사담당자 100명과 사회초년생(직장경력 3년 미만)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체로 ‘대외활동 경험은 긍정적이지만, 실무와 관련 없는 경험은 채용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답이 많았다.

인사담당자 57%는 지원자의 실무와 관련없는 대외활동 경험은 채용시 지원자 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거나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78%는 대외활동 경험이 전혀 없어도 지원자의 인상에 영향을 주지 않거나 학과공부 등 다른 일에 충실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답했다. 사회초년생의 경우 사회 진출 전에는 55%가 대외활동을 전혀 하지 않으면 취업에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회진출 후에는 24$만이 그렇게 생각하는 걸로 나타났다.

신용한 청년위원장은 “청년들이 대외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취업을 위해 대외활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어 과열된 듯하다”며 “원하는 직무에 맞는 대외활동을 선택하고 주최기관은 청년들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대외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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