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학자금대출 10년…빚에 쪼들려 ‘결포’ 세대 양산
[헤럴드경제=박혜림ㆍ장필수 기자] #. 공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김지영(29ㆍ가명) 씨. 5년간 만난 남자친구와 올 가을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지만, 최근 주변의 만류로 고민에 빠졌다.

남자친구와 자신의 앞으로 대출된 학자금만 4000만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혼집 마련을 위해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 이에 지인들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결혼을 미루고 학자금부터 갚아라”였다. 김 씨는 “어느 세월에 그걸 다 갚고 결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지난 2005년 정부가 학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를 시행한지 10년이 지났다.

이 기간동안 ‘학자금대출신용보증기금’은 한국장학재단으로 통합됐고, 당시 정부 지원 등으로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게 된 청년들은 이제 결혼 적령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제는 취업 불황이 이어지며, 결혼 자금 마련은커녕 남은 학자금 갚기도 버거운 이들이 적잖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기 위해선 또 다른 융자를 받아야 하는 현실에, ‘결혼 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23일 국세청에 따르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인 ‘든든장학금’ 장기 미상환자가 2014년에만 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졸업 후 3년이 지나도록 대출금을 한 번도 갚지 못했거나, 상환한 돈이 원금과 이자의 5%가 안 되면 장기 미상환자로 분류되는데, 올해에는 1만명 이상 늘어난 2만3000명이 장기 미상환자로 분류될 것으로 추산된다.

대출금 체납액도 2013년 28억원의 4.4배인 122억원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학자금을 융자받은 상당수 20~30대는 대출금을 갚지 ‘않는’ 게 아니라 갚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생활비를 감당할 여력도 없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대학 졸업 후 벌써 3년째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양모(29ㆍ여) 씨도 “학부생 때 빌린 학자금 2700만원 중 대출 원금은 한 푼도 상환하지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자로 매달 15만원 내기도 빠듯할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은 사치일 수밖에 없다.

학자금 대출금이 아직도 1800만원이나 남았다는 3년차 직장인 A 씨는 “신혼집을 줄여도 좋으니 예비 신랑에게 학자금 대출금을 갚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가 거절당했다”면서 “결국 결혼을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미혼 직장인 723명을 대상으로 ‘결혼을 미루는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자금 등 각종 빚을 갚기도 벅차서’를 택한 응답자가 13.3%(복수응답)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결혼 자금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52.2%의 지지를 받았다.

학자금 대출 등의 문제로 청년 10명 중 1~2명이 결혼을 연기한다는 미국의 얘기가 더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닌 셈이다.

이에 대해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생 첫 출발부터 빚을 안고 시작하는 젊은이들로선 결혼이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하다”면서 “나 역시도 학교에 몸을 담고 있지만,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높은 편에 속한 것은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교수는 “사립학교에선 사회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등록금을 낮출 필요가 있고, 국가 차원에선 등록금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는 등의 방식을 통해 젊은이들이 최대한 짐을 덜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