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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드론 띄워 대륙 전지역 당일배송(?)…마윈의 꿈 아직은 멀었다
물류네트워크 기업 ‘차이냐오’ 설립
전자상거래 핵심 물류사업에 야심찬 도전장
베이징 비행금지·드론 성능도 기대 못미쳐
소액주주·구성원 이해관계도 달라 난항
2023년께나 24시간 내 배달 실현 가능



[슈퍼리치섹션] ‘중국 전 지역 24시간 내 배송’

대륙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馬雲ㆍ51) 창업자가 2013년 5월 물류사업에 새로 뛰어들며 내놓은 슬로건입니다. 마윈은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려놓으며 물류가 온라인 상거래 발전의 핵심요소라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어느정도 짐작하던 바였죠. 하지만 중국은 넓습니다. 면적 960만㎢, 남한의 96배정도 되는 광활한 땅입니다. 한국과는 배송 거리의 차원이 다릅니다. 현지 소비자 대부분은 배달에 며칠씩 걸리는 걸 ‘각오하고’ 물건을 고르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마윈의 슬로건은 아직 진행단계입니다. 그러나 이루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난제(難題)가 있어섭니다. 풀기도 만만찮습니다.

‘중국대륙 당일배송’이란 슬로건을 내 걸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마윈이 고민에 빠졌다. 무인기를 이용한 택배 서비스는 사실상 두 차례에 걸쳐 시험했지만 결과는 신통찮다. 야심차게 추진한‘ 당일배송 네트워크’도 소속 기업 간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좌초 위기다. [사진=게티이미지]

▶‘사람이 쫓아가는’ 드론 배달?=지난 2월 4일, 알리바바는 무인기 ‘드론’을 이용한 택배서비스를 시험해 봤습니다. 무게 320g짜리 상품(중국 유명브랜드 생강차)을 지정해 주문을 받은 뒤, 베이징ㆍ상하이ㆍ광저우 등 9개 대도시에서 드론을 띄웠습니다. 각 도시마다 배송은 50건으로 한정해 총 450건을 무인기로 실어날랐습니다.

드론 택배 당시 알리바바는 ‘만능의 타오바오(淘寶ㆍ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몰)로 생활 속 상상의 나래를 더하세요’라는 문구를 내걸어 사용자를 모았습니다. 1시간 내로 물건이 닿을 것이란 홍보도 곁들였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타오바오는 만능이 아니었고, 생활 속 상상은 현실에 부딪혔습니다.

중국 현지매체 봉황망(鳳凰網) 등에 실린 드론 배송 이용후기를 살펴보면 어느정도 답이 나옵니다. 제목은 ‘베이징 도심 비행금지, 배송원이 뒤에서 쫓아가다’입니다.

내용은 제목과 대동소이합니다. 일단 정부 조치 등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면 베이징 5번 순환도로(五環路) 안쪽 도심에선 드론을 비롯한 항공기 일체가 뜰 수 없습니다. 후기를 쓴 기자가 처음 배송을 주문한 지역은 비행금지구역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드론의 성능입니다. 무인기는 수취인을 자동으로 찾지 못하는 대신 목적지 근처에 물건을 내립니다. 그러면 대기하고 있던 배달부가 이를 받아 고객에게 물건을 건네는 방식이었단 것이죠. 기자는 “배송원이 물건을 싣고 날아가는 드론 뒤를 차로 쫓는 모습이 보였다”고 적었습니다. 물건이 1시간 내에 도착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서비스 이후 알리바바 측은 “아직 드론 서비스가 가능할지 확신할 순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마윈의 드론 배송 시도는 이번이 두번째나 마찬가지입니다. 2013년 하반기, 중국 대형 택배기업 순펑(順豊)은 광둥성 둥관(東莞)에서 무인기 배송시험을 최초로 해봤습니다. 앞서 이 회사는 같은 해 5월 마윈이 주도해 만든 물류네트워크기업 차이냐오(菜鳥ㆍCSN)의 일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실상 순펑의 실험이 마윈의 드론배송 ‘1차시도’였던 셈입니다.

그러나 결국 두번에 걸친 시험은 성공보단 실패에 가까운 형태로 막을 내렸습니다. 1차 실험 때도 현지 언론들은 ‘기술발전이 더뎠다’고 평했습니다. 도심 비행을 엄격히 제한하는 중국의 법규도 걸림돌입니다. 드론 택배는 성공할 경우 물류의 판을 뒤집는 혁신 중의 혁신일 것입니다. 하지만 마윈의 실험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알리바바가 지난 2월 드론을 이용해 시험한 배송 장면

▶자중지란 내몰린 ‘연합’ 물류허브=이 뿐 아닙니다. 당일 배송 실현을 향한 마윈의 꿈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생각처럼 안 따라와 주는 택배기업들 때문인데요.

앞서 언급했지만, 마윈의 알리바바는 재작년 5월 말 지분 43%를 투자해 ‘차이냐오’라는 물류기업을 세웠습니다. 자세히 보면 이 회사는 일종의 ‘연합 물류 플랫폼’입니다. 순펑ㆍ선퉁(申通)ㆍ위안퉁(圓通)ㆍ중퉁(中通)ㆍ윈다(韻達) 등 중국 주요 택배기업과 유통업체가 참여했습니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유명 백화점기업 인타이(銀泰)그룹의 선궈쥔(沈國軍ㆍ53)회장이 맡았습니다.

중요한 건 차이냐오가 직접 물류업에 손을 대는 게 아니란 점입니다.

대신 이 회사는 각종 IT기술을 활용해 모든 전자상거래 기업에게 각종 물류서비스를 제공키로 합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신용ㆍ결제시스템과 함께 중국 비즈니스산업 3대 ‘기초시설’을 만든단 복안입니다. 쉽게 말해, 차이냐오 소속 물류기업을 키워 ‘당일배송’을 실현한다는 계획이죠.

그런데 2014년 6월께 차이냐오에 지각변동이 일어납니다. 순펑을 뺀 위안퉁 등 4개 택배기업이 따로 모여 별도 법인을 또 만든 것입니다. 이름하여 ‘펑왕(蜂網)투자유한공사’입니다. 선퉁(申通)ㆍ위안퉁(圓通)ㆍ중퉁(中通)ㆍ윈다(韻達) 등 중국 물류업계의 ‘3通 1達(업체명이 중국어 퉁(通)으로 끝나는 3개 회사와 다(達)로 끝나는 회사 1개를 줄여 만든 호칭입니다)’ 4개 업체는 지분 25%씩을 투자합니다.

주된 이유는 이들 기업이 ‘차이냐오’에서 취할 이득이 별로 없다고 판단해서입니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위안퉁 등 4개 업체는 대형기업인 순펑이나 국영 물류업체에 비해 시장 장악력이 떨어진다. 당연히 차이냐오 내에서 먹을 ‘메뉴’도 별로 없다”고 설명합니다.

말하자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기업들이 대기업 들러리 역할보단 새 성장동력을 찾아 이합집산을 택한 것이죠. 실제 이들의 차이냐오 투자지분은 4개기업을 모두 합쳐도 4%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 펑왕이란 법인의 미래도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롤란드 베르거(Roland Berger)의 한 현지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경영보(中國經營報)와의 인터뷰에서 펑왕을 두고 “4개 기업이 같은 비율의 지분으로 만든 법인은 문제가 있을 때 누구도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며 “트러블이 발생할 공산도 크다”고 평했습니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 어찌됐든 차이냐오의 목표, 그리고 마윈의 ‘대륙 당일배송’ 프로젝트는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입니다.

차이냐오 출범 당시 마윈 등이 설정한 전국 일일배송 달성시점은 10년, 2023년 내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차이냐오의 인터넷 홈페이지(中國智能物流骨干網ㆍhttp://www.zgznwlggw.roboo.com/) 유효기간은 2024년 6월25일까지로 설정돼 있습니다. 마윈은 자신이 스스로 밝힌 포부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2015년 3월 현재로선 판단을 보류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factism@heraldcorp.com


▶대륙부호 만한전석(滿漢全席)

만한전석은 청나라 궁정에서 열던 성대한 연회자리 또는 이때 나오는 일련의 요리들을 뜻합니다. 연회가 열리는 3일 간 중국 남방 요리 54가지와 북방 요리 54가지 등 최소 108 종류의 음식이 나옵니다. 중화요리 최고의 ‘작품’입니다. 현재 중국엔 만한전석 요리 수 만큼이나 다양한 ‘부자’가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도 제각각입니다. 본받을 만한 기업가나 천재 사업가도 있지만, 정 반대의 부호도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섹션은 이들 중국 부호의 다양한 면면을 ‘대륙부호 만한전석’ 시리즈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중국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후강통시대를 맞아 중국 슈퍼리치와 그들이 운영하는 기업의 스토리에 대한 생생한 정보도 함께 제공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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