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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상범의 일상다반사]죄인이 된 여성흡연자들
[HOOC=서상범 기자]지난 주말 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서 눈에 띄는 곳이 있었습니다.

휴게소의 구석에는 보통 흡연공간이 마련돼있는데요. 이전에는 못봤던 여성 전용 흡연공간이 따로 생긴 것이었습니다.

휴게소 관계자는 “여성흡연자들이 남녀 구분이 없는 흡연 공간 때문에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 아예 여성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중,장년 남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흡연공간의 특성상, 여성흡연자들이 이들과 한 공간에서 마주보며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휴게소 뿐 아니라 여성 흡연자들이 대놓고 담배를 피우기에 아직도 우리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시내 중심가의 흡연 구역에서 여성 흡연자를 발견하면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못마땅한 눈빛으로 쳐다보기가 일쑤죠.

일부 남성들도 담배를 피우러 온 여성들을 보면 “여자가 대놓고 밖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냐”는 싸늘한 시선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여성 흡연자들은 마치 죄인의 심정으로 골목골목으로 숨어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죠.

여성 흡연자들이 그나마 마음놓고 흡연을 할 수 있는 곳이 커피전문점의 흡연실이었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점 때문에 카페 흡연실에서는 비교적 편안하게 흡연을 할 수 있었죠.


일부 백화점이나 호텔에서는 여성 고객이 많은 점을 감안해 여성을 위한 별도 흡연실을 마련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1월 1일부터 음식점, 카페 등은 면적과 상관없이 전면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며 여성 흡연자들을 위한 특수공간도 함께 없어지고 있습니다.

야외로 내몰린 흡연족들, 그 중에서도 여성 흡연족들은 더욱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것이죠.

사실 여성흡연률은 남성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1998년부터 시작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실시한 남녀 흡연율 변화 추이를 보면 남성 흡연율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여성 흡연율은 소폭상승하고 있습니다.

98년 66.3%이던 남성의 흡연율은 2013년에는 42.1%까지 낮아졌지만 여성 흡연율은 2007년 5.3%에서 2012년 7.9%로 꾸준히 증가한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흡연 여부를 사실대로 밝히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여성의 흡연율은 더 높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물론 흡연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건강에 해를 끼치는 행위임은 틀림없습니다.

흡연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만큼 강한 금연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분명 바람직한 사회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기존 흡연자들의 권리, 그 중에서도 더욱 소외받고 있는 여성 흡연자들에 대한 배려도 어느정도는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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