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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120세 생존, 홀로그램 인간”...'영생'에 도전하는 슈퍼리치들
죽음을 다스릴수 있다는 세르게이 브린
자신 몸으로 120세 생존테스트하는 피터 틸
노화 연구에 3억3500억弗 지원한 래리

홀로그램화로 NEW인간 도전한 이츠코프
거대한 富 이용, 불로장생 꿈 무한도전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민상식 기자] 지난해 미국의 포브스지가 흥미로운 리스트를 하나 발표했다. 영화 속 등장 인물 중 역대 가장 부유한 캐릭터 10위를 뽑은 것이다. 영화 ‘호빗’속 지능을 가진 드래곤 ‘스마우그’, 디즈니의 부자 오리 캐릭터 플린트허트 글롬골드(Flintheart Glomgold), 명화 ‘시민 케인’의 주인공인 기업가 찰스 포스터 케인 등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아이언맨’의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와 ‘베트맨’의 주인공 브루스 웨인이었다. 두 사람 모두 평범한 ‘인간’임에도 막대한 부를 이용해 슈퍼 히어로의 자리에 오른 ‘초인간’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끈 것이다.

방향은 조금 다르지만, 현실에도 엄청난 부를 이용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부호들이 적지 않게 있다. 바로 ‘생명 연장의 꿈’에 도전하는 슈퍼리치들이다. 이들은 100세 시대로의 수명연장과 불로(不老)를 넘어 ‘새로운 인간’으로의 진화 기술을 연구하는 데 막대한 자금과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120세 장수ㆍ노화 정복…불가능은 없다=얼마 전 내한했던 세계적인 결제업체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ㆍ자산 22억달러)은 일명 ‘120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자신의 몸을 실험도구 삼아 120세 생존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그는 인간 성장 호르몬(HGH)을 주기적으로 섭취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팔레오 식이요법(Paleo diet)’을 실시하고 있다. HGH는 성장과 세포재생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틸은 “HGH의 섭취가 근육 양을 유지하게 해줘서 골질환이나 관절염등의 발생률을 크게 줄여준다”고 설명한다. 물론 틸이 HGH 섭취에만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장수의 최대 적이라고 불리는 설탕을 전혀 먹지 않는다. 레드 와인을 매일 일정량 마시고 달리기도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 

120세 프로젝트의 다른 한 축은 암 치료다. 자신이 팔레오 식이요법을 유지하는 동시에 암 치료법만 개발된다면 적어도 120세까지 장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틸은 “언제나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암의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향후 10년 내에 그 치료방법이 발견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파운더스펀드를 통해 수명연장과 관련된 기술을 연구하는 복수의 바이오테크 기업에 투자 중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스템 센트RX(Stem CentRx)사다. 암의 치료를 위한 세포 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회사다. 이런 연구들이 인류의 암정복에 가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게 그의 확신이다. 그는 ‘므두셀라 재단’에 35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가장 오래 산 성서 속의 인물에서 이름을 딴 이 재단은 세포 손상과 과다 분열, 미토콘드리아의 돌연변이를 포함한 7가지 형태의 노화 치료약물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틸이 이처럼 비용과 노력을 드리는 것은 1차적으로 본인의 장수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투자가 미래에 큰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도 있다.

생명연장에 베팅하는 부호들은 틸 외에도 많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도 그중 한 사람이다. 브린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대형 제약사인 애브비와 손잡고 죽음 정복사업을 하는 ‘칼리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브린은 2013년 애플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아서 로빈슨(Arthur D. Levinson) 박사와 손잡고 바이오기업 ‘칼리코(Calico)’를 세웠다. 노화의 비밀을 알아내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목표에서다. 칼리코는 노화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퇴행성질환, 암 등의 연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인 애브비와 노화 연구에 15억달러(1조6100억원)를 공동 투자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브린은 “언젠가는 (인간이) 죽음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생명연장 산업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재산은 296억달러 우리돈 30조원을 훌쩍 넘는다.

오라클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ㆍ자산 535억 달러) 역시 생명 연장의 꿈을 지원한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통념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1997년 일찌감치 엘리슨 재단을 설립해, 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지금까지 3억350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해 왔다.


▶로봇, 홀로그램…NEW인간으로의 도전
=SF 영화속에서나 볼 법한 적극적인 방법으로 영원한 생명에 도전하는 슈퍼리치들도 있다.

올해 서른네살인 러시아의 미디어 재벌 드미트리 이츠코프(Dmitry Itskov)가 대표적이다. 그는 상당한 돈을 들여 ‘2045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라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스스로 ‘네오 휴머니티(neo-humanity)’라고 명명한 새로운 형태의 인간으로 인류를 진화시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츠코프는 인간의 인격을 비생물학적 육체, 즉 인공 로봇 등에 실어서 영원히 보존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인격을 담아내는 케이스 역할을 할 생체 로봇을 그는 ‘아바타’라고 이름 지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글로벌 히트작인 SF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츠코프는 앞으로 30년 동안 자신의 프로젝트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의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0년이면 아바타 기술이 어느 정도 일반화되고, 2025년이면 인간의 뇌를 로봇과 연결시켜주는 자동자율형 시스템이 구축된다. 그리고 2035년까지는 인간이 자신의 뇌를 로봇에 ‘업로드’시키는 것이 가능해지고, 마침내 2045년이면 인간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뇌는 유지한 채 홀로그램 상태의 몸을 갖게 된다. 이른바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허황된 이야기 같지만, 이츠코프는 로봇, 바이오, 인공지능 등 관련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히려 기술적 문제보다는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인류 차원의 공감을 형성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더 많은 세계인들으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사회운동을 벌이는 것을 계획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미국에도 비슷한 도전에 뛰어든 거부가 있다. 바로 제약회사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틴 로스블랫(Martine Rothblatt)이다. 그는 지난 미국 연봉 전문 조사업체인 이퀼라(Equila)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여성 CEO’ 1위에 올랐다. 그의 연봉은 3800만 달러, 우리돈 약 433억원이었다.

하지만 그를 더 주목하게 만드는 사실이 그가 마흔살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트랜스젠더라는 점이다. 로스블랫은 개인형 클론을 개발해 영원히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려고 하고 있다. 이른바 트랜스휴머니즘( transhumanism)으로 각종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의식을 영원히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그는 인공지능 로봇 제조사인 핸슨로보틱스(Hanson Robotics)를 설립하고, 스페셜팀을 구성해 자신의 아내를 모델로 한 복제로봇 ‘비나48호 (Bina48)’를 개발 중이다.


아이디어의 핵심은 인간 의식의 데이터화다. 개인의 경험, 인관관계, 취향 등을 모두 디지털 데이터파일화하고,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해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의식’을 만들어낸다. 이를 ‘마인드 클론’이라 불리는 로봇에 담아내 또 다른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로스블랫은 “소프트웨어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결국은 새로운 형태의 의식을 창조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무모해보이지만 도전은 어느 정도 성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일부 외신보도에 따르면 현재 비나48호의 소프트웨어 부분은 대화가 가능한 것은 물론 트위터 같은 SNS를 사용하고, 소설의 아이디어를 표현할 정도까지 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돼지장기를 기반으로 인간 장기를 배양해내는 기술이나, 3D프린터를 이용해 개인이 자신의 다분화성 줄기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특별한 장치 등을 만드는 기술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물론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하지만 로스블랫은 “인간은 끊임없이 다음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존재다. 인류의 의식에 끝이라고 할만한 한계선은 없다. 나 같은 개인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는데, 만약 세계에 100만개의 로봇개발사가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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