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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준금리 인상 서두르지 않겠다”…비둘기파, 확실한 시그널
크림반도 합병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러시아 군중. 스푸트니크.
“금리인상 전 인내심 발휘”문구 삭제
“6월 인상 아닌 9월 인상론에 더 무게
“연말 전망 평균치도 절반 수준 낮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전망하는 가늠자였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내용은 시장에 기준금리 인상을 당장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를 확실히 보낸 것으로 요약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ㆍFed)는 17~18일(현지시간) FOMC 회의를 열어 성명서에서 “금리 인상 전 인내심 발휘” 문구를 삭제하기로 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내심이란 단어 삭제는 우리가 조바심(impatient) 낸다는 뜻은 아니다”며 느긋한 입장을 보였다.

연준의 “인내심”이란 금리 인상 전 최소 2차례 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왔다. 즉 다음 회의 일정인 4월과 6월 회의 이후의 인상이란 의미다. 이번에 인내심 문구를 삭제, 이르면 6월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미국의 예상 밖 경제성장 둔화는 9월 인상론에 더 무게를 싣는다.

연준은 “고용 시장에서 추가 개선이 보이고, 중기 물가상승률이 2%로 돌아간다는 합당한 확신이 설 때”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회의 때마다 최신 경제지표를 평가해 양적완화 출구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인상 폭은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실제 이 날 공개된 연준의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의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평균은 0.625%로 지난해 12월 예상(1.125%)보다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미 금리가 1%를 넘지 않는다는 얘기다.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 평균도 2.5%에서 1.875%로 낮췄다. 2017년 이후 장기 금리는 기존 예상대로 3.75%를 유지했다.

이처럼 속도와 폭을 조절한 것은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좀 더 비관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날 연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3∼2.7%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치인 2.6∼3.0%보다 상ㆍ하단이 0.3%포인트씩 낮아진 수치다. 내년의 GDP 예상 성장률은 2.5∼3.0%에서 2.3∼2.7%로, 2017년은 2.3∼2.5%에서 2.0∼2.4%로 각각 조정됐다.

달러 강세도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거들었다. 지난 1월28일 FOMC 회의 이후 외환시장에선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에 미국 달러가 4% 이상 뛰었다. 강달러로 인한 수출 타격이 우려되면서 시장에선 이미 금리를 인상한 효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고용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호전 중인 것으로 평가됐다. 2월 실업률은 약 7년만에 최저인 5.5%가 떨어졌다. 이런 속도로 미뤄 연준은 올해 실업률 전망치를 기존 5.2∼5.3%에서 5.0∼5.2%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은 5.0∼5.2%에서 4.9∼5.1%로, 2017년은 4.9∼5.3%에서 4.8∼5.1%로 각각 낮췄다.

고용 외에 주택, 산업생산, 개인소비 지출 개선은 예상 보다 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0%대인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내년에도 2%선으로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0∼1.6%에서 0.6∼0.8%로 낮춰잡았다. 내년 전망치는 1.7∼2.0%에서 1.7∼1.9%로 조정했다. 2017년 전망치는 1.8∼2.0%에서 1.9∼2.0%로 높였다.

LPL파이낸셜의 존 카날리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FOMC 회의 결과를 두고 연준이 주식과 채권시장의 하락 위험을 막기 위해 “설탕 한 수푼”을 줬다고 평가했다.

프린시펄 글로벌인베스터스의 밥 바우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올릴 때 시장의 유연성이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날 FOMC 성명 발표 이후 주식, 채권 시장에선 연준의 금리인상이 늦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며 상승세를 탔다. 스탠더드앤푸어스 500지수는 1.2%, 다우존스산업 평균은 1.3%씩 올랐다. 10년 만기 재무부 증권은 1.96% 각각 올랐다.

또한 달러의 강세는 둔화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약세였던 유로화는 18일 1.0598달러에서 1.0873달러로 깜짝 반등했다.

시티그룹의 스티브 엔글렌더 G10 FX전략장은 18일 마켓워치에 “연준 성명서는 기대 이상으로 훨씬 온건했다”며 “금리인상 시기를 반영했다기 보다 달러의 급상승세를 막고자 한 시도같다”고 말했다.

로라 로스너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 역시 “최근 달러화 가치의 급등이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뿐만 아니라 연준의 전망을 더욱 조심스럽게 만든 배경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후에 금리인상 시점에서 달러화는 확실히 그림을 바꿀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달러 약세와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에 원유와 금 등 원자재 가격은 반등했다. 1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20달러(2.8%) 오른 배럴당 44.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2.26달러(4.2%) 오른 배럴당 55.77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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