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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청와대 3자 회동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간 17일 청와대 3자 회담 결과에 아쉬움이 크다. 당면 현안인 경제살리기에는 인식을 같이한다면서도 각론에선 기존 주장과 하나 다를 게 없었다.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외양은 그럴듯한데 알맹이가 없었던 것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치는 늘 높다. 산적한 국정과제와 꽉 막힌 정국을 풀어가는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같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우선 상대에 대한 배려와 열린 마음이 많이 부족했다. 박 대통령이나 문 대표 모두 내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는 성숙한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가령 박 대통령은 활기를 잃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 행간에는 야당이 발목을 잡는 바람에 경제회복이 더뎌지고 있다는 불만과 힐난이 숨어있다.

문 대표 역시 초당적이고 대승적으로 협력하는 아량을 보이지 못했다. 이날 회동에서 문 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은 ‘총체적 실패’라고 단정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 성장, 법인세 인상, 세입자 주거난 해소 등 평소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겉으론 처리에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핵심인 의료보건 분야는 제외해야 한다고 토를 달았다. 국회 대정부질문을 하는 자리인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나라를 걱정하며 해결방안을 찾는 자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이번 청와대 회동이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경우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할 시기이고 이를 위한 야당과의 협력과 소통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 문 대표는 의연하고 유연한 모습을 보여 수권 능력을 부각시킬 좋은 기회였다. 조금 더 진지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회동에 임했으면 국정 운영에 활기를 불어넣는데도,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나마 성과가 있었다면 이런 자리를 정례적으로 갖기로 했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자주 만나 국정 현안을 두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상대에 대한 신뢰와 진정성이 바탕되지 않으면 ‘사진찍기’용 만남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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