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 전문가 답게 3개 발의했지만, 국회 통과 전망은 불투명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국회 내 ‘산업안전기본법’ 전문가는 누구일까. 적어도 국회의원 중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한정애<사진> 의원일 것이다.
그는 19대 국회 들어 3건의 산안법 개정안을 내놨다. 1명의 의원이 내놓은 것 치고는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 의원은 한국노총 출신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전에는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 본부장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노조위원장이라는 경력이 나온다. 그는 1989년에 안전보건공단에 입사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발의하는 산업안전 관련 법안은 더욱 눈길을 끈다.
16일에도 법안을 하나 대표 발의했다. 산안법 개정안이다. 이번에 발의한 것은 사업장에서 구조를 요하는 위급상황이나 응급환자가 생길 때 사업주가 지체없이 119구조ㆍ구급대에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현행 법에는 사업주에게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의무만 있을 뿐 실제로 사업장에서 위급상황이나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고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사업장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산업재해 인정을 회피하기 위해 신고를 늦게 하거나 119구조ㆍ구급대에 신고하지 않고 사업장에서 지정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만을 고집해 응급환자의 구조나 치료가 늦어지고, 심지어 사망하는 등의 경우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한 의원실 측의 설명이다.
최근 신세계 센텀시티 공사현장, 포항제철소 2고로 개보수 현장 등에서 일어난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119구조ㆍ구급대에 신고하지 않아 상황을 악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실에서는 2013년 제2 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서 인부가 추락해 사망하고 후속조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119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당시 국정감사장에서도 관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게 되면, 대형 조선소나 건설업체들이 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를 산업재해로 처리하지 않고 회사 비용으로 치료한뒤 유급 휴가를 제공하는 공상(公傷)처리 관행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사업장에서는 빈번한 산업재해로 경미한 부상은 공상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 의원은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해 산업재해 등 사고 발생시에 근로자들이 119를 통한 신속한 구조로 더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 더 나아가 산업재해 발생이 줄어들고 근로자들의 근로 여건이 더욱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산업 현장에서 강력한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국회 문턱을 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산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의원실의 조선옥 보좌관은 법안 처리 전망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 눈치를 많이 본다”는 말로 대신했다.
한 의원이 앞서 제출한 산안법 개정안 2건도 상임위에 계류돼 있을 뿐, 19대 국회 안에서 처리될 수 있을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달 뒤면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1년이 되는 날이건만, 국회에 계류 중인 산안법 개정안 37개 중에 처리된 것은 고작 3건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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