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심리적으론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슬픔ㆍ절망감에 빠져 있으며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용돈이 많고 집에 PC가 여럿이며 수면을 통해 피로를 충분히 푼 청소년은 인터넷을 상대적으로 덜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려대 컴퓨터교육과 윤유동 연구원 팀은 중ㆍ고생(중1∼고3) 4만723명(남녀 비율 거의 1 대 1)의 인터넷 사용 실태 온라인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16일 밝혔다. 이 결과는 한국컴퓨터교육학회가 최근 발행한 ‘학술발표대회 논문집’에 실렸다.

연구논문에 따르면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은 용돈ㆍPC 보유대수ㆍ숙면 여부 등 생활환경과 스트레스ㆍ절망감 등 심리 상태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청소년의 1주일 평균 용돈이 ‘1만∼3만원 미만’일 때는 70%가 넘는 인터넷 사용을 나타냈다. 매주 받는 용돈이 이보다 많아질수록 점차 인터넷 사용이 감소하다가 주당 용돈이 12만 원 이상이면 2%대로 떨어졌다.

스트레스 많이 받는 학생일수록 인터넷 더 많이사용해

또 청소년의 집에 PC가 한 대도 없을 때는 인터넷 사용이 3%대에 그쳤다. 하지만 PC가 1대 있으면 인터넷 사용이 40%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가정 내 PC 보유 대수가 2대 이상이면 PC 숫자가 늘어날수록 인터넷 사용이 감소했다. 평소 잠을 잘 잔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이 가장 적었다. 반면 최근 1주일간 수면을 취한 뒤의 피로 회복 정도가 ‘그저 그렇다’라고 응답한 청소년이 가장 자주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는 적게 받을수록 인터넷 사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트레스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한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은 3%대에 불과했다. 스트레스를 ‘조금 느낀다’는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이 가장 높았다(40% 이상).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는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은 30%대로 조금 느낄 때 보다는 적지만 비교적 많이 사용하는 편이었다. 연구팀은 “인터넷 사용 자체가 또 하나의 스트레스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인터넷 중독자들은 스트레스 장애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1년간 슬픔ㆍ절망감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청소년은 ‘최근 1년간 슬픔ㆍ절망감을 경험했다’는 청소년에 비해 인터넷 사용이 2배 이상 많았다.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 연구진은 인터넷이 우울감ㆍ우울증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우울감ㆍ우울증으로 인해 인터넷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인간관계 등이 나빠져 우울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과도한 인터넷 사용은 우울감을 부를 수 있다”며 “이번 조사에서 최근 1년간 슬픔ㆍ절망감을 경험한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이 적었던 것은, 인터넷을 과다 사용한 결과 우울감이 커져 인터넷을 멀리 하게 됐을 수도 있다”고 논문에서 추정했다. 이번 조사에선 또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청소년이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하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는 청소년은 점차 인터넷 사용을 줄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하루에 1∼2시간 인터넷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가장 많았다”며 “전체 조사대상자(4만723명) 중 자신이 매우 불행하다고 느끼는 청소년(683명)은 28%(190명)나 하루 4시간 이상 인터넷에 매달렸다”고 논문에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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