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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리콘밸리 창업 선배가 들려주는 기술창업기]③나스닥 상장, '창문 닫히기 전에 나가라'
[헤럴드 분당판교=오은지 기자]안성태 리디스테크놀로지 창업자(현 KAIST글로벌협력센터장)는 "실리콘밸리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며 "기업공개(IPO) 창문이 열리면 닫히기 전에 빨리 통과해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IPO 창문이 열렸다는 건 상장할 경우 예상했던 만큼 또는 그 이상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시장상황이 갖춰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언제 경기가 나빠질지 모르니 일단 IPO를 하기로 맘 먹었다면 무조건 일정을 앞당기는 게 좋다. IPO를 결정하고 상장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한 6개월이 걸린다. 반년 후의 경기상황까지 고려해 시기를 잘 조율해야 한다.

연 매출액이 두배 이상씩 성장하면서 리디스는 업계에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노키아와 삼성전자는 당시 휴대폰 업계 세계 1·3위 업체다. 이들이 주문하는 물량만해도 연간 수천만개에 이르렀다.

2003년 12월 이사회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IPO를 해야겠다." 안성태 센터장은 "상장을 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답은 "IPO하기 적당한 시기"라는 것이었다. 창문이 열려있었다.

STN-LCD 시장은 얼마 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쉬운 박막트랜지스터(TFT)-LCD에 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상장해서 차기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한편 기존 투자자들이 이익실현(엑시트)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했다.

일단 IPO 절차에 돌입하면 무조건 빠르게 상장을 해야한다. 창문이 언제 닫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주관 투자은행(IB)을 공모했다. 여러 기관의 발표를 듣고 모건스탠리를 골랐다. 주관은행은 신주발행, 판매, 매입 등을 한다. 변호사·회계사와 한팀이 돼 회계장부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법적인 검토를 끝낸다.

어느정도 준비가 되면 미 증권거래소(SEC)에 상장신청서를 제출한다. 신청서 절반은 향후 있을지 모를 주주소송 등에 대한 대비책으로 투자에 따른 위험성이 기록된다. 신청서 제출 후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예상 질문지를 작성해놓는다. SEC에서 오는 질문서는 즉시 밤낮없이 처리한다.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다.

이후에는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임원들이 기업설명회(IR) 로드쇼 연습을 시작한다. "전세계 기관투자자들을 찾아 다니면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수요예측도 하고 사전 매수 예약을 받는 것"이라고 안 센터장은 설명했다. IPO전문 코치에게 한달여간 수업을 듣는다. 프레젠테이션 수업료만 2만달러에 달한다.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승인이 떨어지면 바로 로드쇼에 나선다. 미국, 유럽 등 하루 3개 도시를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돌면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아침 8시부터 밤까지 꼬박 로드쇼와 컨퍼런스콜을 하면 그날그날 사전 주문서가 들어온다. 리디스 공모가는 10~14달러 사이로 정했는데 , 사전 주문을 받아보니 예상 주식수의 5배가 들어왔다.

공모가는 보통 10달러대에 맞춘다. 이보다 적으면 회사 가치가 떨어져 보이고 20달러를 넘어가면 신생주 주가가 너무 높다고들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디스는 미리 정한 주가 최고액인14달러에 상장할 수 있었다.

2004년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을 했다. 그는 "상장 하자마자 경기가 하강했다"며 "그때 망설였다면 언제 상장할 수 있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경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IPO 덕분에 600만주를 발행해 8400만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다.


on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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