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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셀프 표결’…의원 겸직 장관 유감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지난해 12월 2일 오후 5시 국회 본회의장.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은 기재부에서 정부발의된 세법개정안 9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발언대에 섰습니다.

9건 중에는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에 담배를 추가하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배당소득 세율을 낮추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포함됐습니다.

이들 개정안은 야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던 쟁점 법안이었습니다. 담뱃세로 세수를 늘리려는 ‘서민증세’, 높은 배당수익을 얻는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는 ‘부자감세’라는 것이 야당의 논리였습니다. 법안 표결에 앞서 야당 의원들의 반대토론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해양수산 인사청문회. 유기준 국무위원후보가 선서를 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50309

토론이 끝나고 표결에 들어간 순간 최 장관은 투표석에 앉았습니다. 기재부 장관이면서도 새누리당 의원직을 겸하고 있어 최 장관에게도 표결 권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본회의 회의록을 들춰보니 두 개정안에 찬성한 의원 명단에 최 장관 이름도 있었습니다. 기재부 장관으로서 개정안을 발의하고 국회의원 신분으로 직접 찬성표를 던지는 이른바 ‘셀프 표결’인 셈입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장관 인사청문회. 유일호 국무위원후보가 선서를 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150309

기재부가 제출한 2015년도 예산안의 경우에도 찬성한 의원 225명 중 최 장관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최근 무난하게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보면서 지난해 최 장관의 셀프 표결이 떠올랐습니다.

이 후보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 정식으로 각 부처 장관으로 취임하게 됩니다. 장관으로 일하면서 국회에 각종 제정안, 개정안 등을 직접 발의하거나 우회적으로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의원발의 형태로 법안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국토부와 해수부 업무 성격 상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들이 제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불어터진 국수’논란을 낳았던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 3법이 대표적입니다.

앞으로 임시국회나 정기국회가 열리면 두 후보자도 최 장관처럼 국회 본회의장에서 각 부처 제출 법안에 대해 설명도 하고 투표석에서 찬성표도 던지는 ‘1인 2역’을 소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의원 겸직 장관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행정부와 입법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해야 하는데 자꾸 늘어나는 의원 출신 장관들을 보면서 셀프 표결이 확산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마침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이 의원 겸직 국무위원의 본회의 표결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갔을 때 의원직을 유지하는 국무총리, 장관들이 찬성 투표를 할 가능성은 없을 것입니다.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 의원직을 갖고 있는 국무위원은 이완구 국무총리, 최경환 기재부 장관, 황우여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여기에 이번 청문회를 통과한 후보자들을 더하면 총 6명으로 늘어납니다.

이들 중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거나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힌 인물은 아무도 없습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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