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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살 케이블TV , 신경제 만들고 한류 수출한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1995년 우리나라 TV는 큰 변화를 맞는다. 채널 수가 30개로 늘어났고, 또 24시간 종일방송이 시작됐다. 케이블TV가 첫 전파를 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케이블TV는 미디어 뿐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산업 전반을 바꿔놨다. 우선 24시간 뉴스, 또 24시간 영화, 24시간 드라마와 바둑이 흘러나오는 전문 채널의 등장은 더 이상 ‘모래시계’를 보기 위해 약속을 취소하고, 또 삼풍백화점 참사에도 드라마를 봐야했던 답답함을 해소시켰다. 지금의 편의점보다도 흔했던 동내 비디오 가게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영화 전문 채널의 등장, 그리고 디지털 케이블TV 셋톱박스와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와 맞물려 있다. 


▶신 경제 창조 케이블TV=케이블TV는 산업 지도도 새롭게 그렸다. 대표적인 예가 상품 정보 및 판매 전문채널 홈쇼핑이다. 인터넷이란 개념이 없었던 시절, 백화점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판로를 만들었고, 집까지 배송해주는 시스템은 택배 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군을 만들어냈다. 불황 속에서도 녹즙기와 같은 깜짝 히트작이 나타났고, 세계에서 유일한 제품인 김치냉장고가 보여주며 설명하는 홈쇼핑 덕에 선풍적인 바람을 타기도 했다. 또 기존 전화선보다 한 단계 업그래이드 한 케이블TV 망은 초고속 인터넷 등과 결합하면서 정보통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도 큰 공을 세웠다.

케이블TV는 수 많은 일자리도 만들어냈다. 출범 4년만에 3327명이 프로그램 제작사에서, 또 3002명은 각 지역 방송사에서 새 일자리를 얻었다. 다시 6년이 지난 뒤 그 숫자는 제작사 8533명, 지역 방송국 6947명 등 모두 1만5480명까지 늘었다. 당시 지상파 종사자 숫자가 1만4024명임을 감안하면, 고용 창출 효과에서는 이미 업계 최고 수준에 오른 셈이다. 


새로운 직종도 케이블TV와 함께 등장했다. PD와 성우, 배우가 전부였던 방송업계에 뮤직비디오 프로그램을 전문으로 진행하는 ‘비디오자키(VJ)’, 상품 정보를 꿰고 판매를 진행하는 쇼핑호스트(쇼호스트), 대박을 만드는 미다스의 손인 MD(상품기획자), 게임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프로게이머와 게임 열풍으로 등장한 게임 캐스터 등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냈다.

광고 시장도 케이블TV와 함께 크게 성장했다. 기존에 없었던 인포머셜(Informercial)광고 등 새로운 방식의 광고 기법을 여럿 양산하면서 여기에 종사하는 프로덕션과 함께 중소 제조업체들의 판로까지 개척해 준 일등 공신이다. 특히 지역광고는 동네의 중소 자영업자의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류 문화까지 수출한다=케이블TV 20년이 가져온 큰 변화 중 하나는 우리나라가 문화 콘텐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했다는 점이다.

1927년 경성방송국(JODK)이 개국하면서 시작된 우리 방송 역사는 일제 식민통치 도구, 또 해방 후에는 서구 문물의 수입 창구에 머물렀다. 일본 프로그램의 포맷이나 편성을 베끼기 위해 방송 관계자들이 부산에 눌러앉아 일본 TV를 시청했다든가, 사장이 PD에게 일본 프로그램 녹화 테이프를 던져주며 ‘똑같이 만들어보라’ 했다는 이야기 등은 낯선 것이 아니였다.

하지만 케이블TV의 등장은 수 많은 콘텐츠를 만들었고, 이들 콘텐츠는 해외로까지 눈을 돌렸다. 창립 이듬해인 1996년 YTN이 일본 위성방송과 계약을 맺고 뉴스를 송출한 것이 수출 1호였다면, 이제는 한국형 표준을 파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다. 중국과 일본, 대만, 베트남, 터키,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10여개 국가에서는 우리 홈쇼핑 방송이 직접 진출하거나, 방송 포멧과 노하우를 수출하고 있다. 우리 물류 배송 시스템 업체들이 이들 국가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고, 또 중소기업들이 수출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문화 콘텐츠 수출, 즉 한류 바람은 더욱 거세다. 케이블TV PP(프로그램 제작사)들의 수출액은 1999년 95만5000달러에서 2013년에는 4884만2000달러로 50배 가까이 늘었다. 수출 내용 역시 단순한 드라마 방송을 넘어, 중국판 ‘슈퍼스타K’, 미국판 ‘꽃보다 할배’ 같은 포멧까지 다양해졌다. ‘더 지니어스’를 네덜란드 버전으로, ‘슈퍼디바’를 멕시코,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현지 버전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2013년 11월 우리가 만든 아시아 최대의 음악 시상식 ‘MAMA’를 15개 국가에서 23억명의 시청자들이 생중계로 함께 즐기는 것도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드라마, 오락, 음악 등 케이블TV의 강력해진 콘텐츠는 아시아를 넘어, 미주를 넘어, 이제 유럽을 향하는, 그야말로 지구촌을 누비고 있는 킬러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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