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 없어 결정된 바 없어”
청와대는 11일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이 사안에 관해 언급을 자제해 온 청와대가 입을 연 건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가 사드 도입에 무게를 둘 조짐 속에 관련 내용을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할 방침인 데다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거부하는 대가로 우리 측에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을 제안했다고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가 보도하는 등 안팎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드와 관련해 여러분들의 궁금증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외교안보라인에서) ‘쓰리 노(No)’라고 표현했다”며 “노 리퀘스트(request)ㆍ노 컨설테이션(consultation)ㆍ노 디시젼(decision)으로, ‘요청이 없었기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바 없다’로 간단하게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의 이런 정리는 그간 정부가 취해온 입장과 같은 것이며, 전날 외교부가 미국의 온라인 매체 ‘워싱턴 프리비컨’의 사드 관련 보도를 부인한 걸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 매체는 한ㆍ중 정상회담이 열렸던 작년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계획을 허용치 말 것을 호소하면서 그 지렛대로 한국에 무역과 경제교류를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사드는 동북아 외교지형을 감안할 때 우리 정부엔 ‘뜨거운 감자’여서 한반도 도입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 대비와 중국 견제 측면에서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카드를 밀고 있고, 중국은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측은 한미, 한중 관계를 두루 감안해 딱 부러지는 결정을 미뤄온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스탠스’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이달말 의원총회를 열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 당의 의견을 집약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헝클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윤상현 의원 등 새누리당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은 중요한 외교안보 사안인 사드 관련 문제를 의총에서 다루는 건 적절치 않다는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은 쉽게 가라앉기 힘들 전망이다. 당ㆍ정ㆍ청은 오는 15일 정책조정협의회를 열 예정으로, 이 자리에서도 사드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