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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홀릭] 나를 잊지 마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확성기 달린 전망대는 이 곳이 바닷가 풍경임을 말해준다. 천정 높은 곳에서부터는 구명튜브가 내려오고 그 아래 매달린 수십 개의 성탄절 전구가 조용히 반짝거린다. 레고 모양의 작은 조각들을 몰드(Moldㆍ금형)로 뜬 후 검은색 합성수지를 녹여 건축물을 쌓 듯 이어붙였다. 마치 바닷가에 휩쓸려 온 듯한 부서진 나무 판자 잔해같은 것들도 같은 방식으로 맞대어져 있다. 그리고 네덜란드 민요인 연가(戀歌)가 무반주의 느린 템포로 흘러나온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조각가 심승욱(43)의 작품은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일종의 추모비다. 해체와 조합,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들로 새로운 존재의 구축을 희망했다. 심승욱의 개인전이 12일부터 4월 8일까지 아트사이드갤러리(종로구 통의동)에서 열린다. 타이틀도 ‘부재(不在)와 임재(臨在) 사이’로 잡았다. 

부재와 임재사이,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5 [사진제공=아트사이드갤러리]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동대학원 조각과를 졸업하고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에서 M.F.A(미술학석사) 과정을 마친 작가는 국내 전시는 물론 런던사치갤러리, 소피아국립미술관 등 해외에서도 그룹전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사치&푸르덴셜 아이 어워즈 컨템포러리 아시안 아트 조각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체와 조합으로 거듭난 조각물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전시장의 무거운 공기는 버겁게 느껴진다. 아픈 기억은 빨리 잊고 싶어하는 산 자의 이기심 때문이다. 전시장 한쪽 구석 비스듬히 세워진 낡은 합판에서 조명이 꺼질 때마다 형광색 글귀가 드러난다. ‘나를 잊지 마’.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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