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의 ‘말꼬리 잡기’가 점입가경이다. 종북논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소모적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거친 설전의 불씨를 댕긴 것은 새누리당이었다. 박대출 대변인은 지난 8일 국회 브리핑에서 “지금은 새정치연합이 종북몰이 운운하며 역색깔론을 펼칠 때가 아니라 ‘종북숙주’에 대한 참회록을 쓸 때”라고 말했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어 9일 브리핑에서 김기종 씨의 과거 행적을 언급하며 “테러분자가 국회에서 설치도록 판을 깔아준 정당이 어디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북숙주’ 발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발끈했다. 늘 ‘매카시즘’ 공세에 시달려온 야당으로서는 ‘종북’ 프레임을 서둘러 차단해야만 했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이 제1야당을 ‘종북숙주’라고 몰아붙이고, 김무성 대표는 정치쟁점화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맞불을 놓는 발언도 나왔다. 주승용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명령을 내리자마자 당정청이 종북세력 사건으로 규정, 종북몰이를 선포하고 검ㆍ경은 역대 최대 규모인 공안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면서 “김기종 같은 극단주의를 인정하지 않지만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같은 극단주의에 반대한다”고 꼬집었다. ‘극단주의’ 발언은 원내대변인의 현안브리핑에서도 되풀이 됐다.
하지만 맞불 작전이 그다지 성공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애초에 ‘종북 숙주론’을 꺼내들며 쟁점화를 시도한 것은 새누리당이었다. 종북 논란이 불거지면 불거질 수록 얻을 게 확실한 것도 새누리당이다.
실제 최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이번 피습사건을 둘러싼 종북 논란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극단주의’ 발언에 새누리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박대출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현직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테러분자와 같은 반열에 올려 극단주의로 표현한 것이야말로 막말”이라고 비난하며 새정치연합에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박대출 대변인은 논란의 시작이 된 ‘종북숙주’ 발언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도 없었다.
국민들은 무엇보다 정치권의 이 ‘말꼬리 잡기’가 지겹다. ‘종북숙주’니 ‘극단주의’니 물어뜯는 말로 상대방에게 딱지를 붙이는 것은 정치공세일 뿐이다. 또 수사기관이 이번 피습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에 앞서 본질을 흐리는 말들일 뿐이다.
“정치를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자로의 질문에 “반드시 이름을 바르게 할 것이다”라고 답한 ‘공자님 말씀’이 새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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