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 방문계기 日 내부 자성론
김희정 여성부장관 유엔서 위안부 거론
‘우향우’ 행보 거듭 아베 담화에 촉각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향한 과거사 압박이 거세다. 종전 70주년을 맞아 일본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와 시민단체, 학계 등이 연이어 일본에 과거사 사죄를 주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방문을 맞아 일본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나온다. 신사참배 강행 의사를 밝히는 등 ‘우향우’를 반복하는 아베 총리에 제동을 걸겠다는 압박이다.
메르켈 총리의 방일은 일본 입장에선 양날의 검 같다. 종전 70주년을 맞이해 독일과 함께 과거사를 털고 가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론 과거사 사죄의 모범답안인 독일과 한층 더 비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전 70주년을 맞아 독일 총리가 일본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는 메르켈 총리의 입을 주목했다.
메르켈 총리는 직접적으로 과거사 논란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독일은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과거사 정리는 화해를 위한 전제”라며 우회적으로 일본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메르켈 총리는 2013년 독일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나치 수용소였던 다하우 추모관을 방문하는 등 아베 총리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독일은 1970년 빌리 브란트 당시 총리가 유대인 희생자 위령탑을 찾아 직접 무릎 꿇고 사죄했고, 2009년엔 메르켈 총리가 독일 정상으론 두 번째로 무릎을 꿇었다. “나치의 만행을 기억하는 건 독일의 영원한 책임”이라며 수시로 과거사를 사죄했다.
아베 총리의 행보는 너무도 다르다. 우경화 발언을 이어간 데 이어 최근에는 자민당 창당 60주년 전당대회를 통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 아베 총리의 신사참배로 동북아의 거센 반발이 일어난 이후 공식적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메르켈 총리의 방일이 종전 70주년과 결부되면서, 역사 인식에 대한 양국 간의 ‘격차’는 한층 선명하게 부각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도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희정 여성부장관은 9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여성지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관련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전시 여성인권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 정부가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서 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비정부기구단체(NGO)도 일본 사죄를 촉구하는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제 NGO ‘휴먼라이츠 나우’는 ‘위안부의 진실과 정의’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위안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2차대전의 범죄이자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일본군이 있는 곳에 거의 위안소가 있을 정도로 위안부는 성 노예 제도였다”고 성토했다.
학계 역시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주문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데니스 핼핀 연구원은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을 통해 “군 위안부나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일본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질서 논리를 모조리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심은 아베 총리가 곧 발표할 아베 담화에 쏠린다. 전방위적인 과거사 사죄 압박에 아베 총리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 담화의 초안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기타오카 신이치 국제대학 학장은 도교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일본이 침략전쟁을 했고, 매우 심한 일을 한 것은 분명하다. 아베 총리가 ‘일본은 침략했다’고 반드시 말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과거사 사죄를 강조한 메시지이지만, 메르켈 총리 방일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