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가인 줄 알았으면 다른 음식 가져갔을 것”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처구니 없는 사건”
고종 황녀의 양아들…박근혜 대통령과도 인연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피습으로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게 ‘개고기’를 선물하려 한 주인공은 권송성(75ㆍ사진) A사 회장으로 확인됐다.
권 회장은 고종황제의 마지막 딸 이문용(1900∼1987) 여사의 양아들이다.
연세대 총동창회 상임이사인 권 회장은 피습 이튿날인 지난 6일 오전 6시 20분께 리퍼트 대사에게 개고기와 미역을 전달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권 회장은 “한국에도 착한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준비한 삶은 개고기와 말린 미역 한 박스를 병원 안내데스크에 건넸지만 경호팀의 제지를 받고 발길을 돌렸다.
권 회장은 10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몸이 안 좋아서 고향인 전라북도 정읍에서 개를 가져다가 먹는데 마침 고향에서 좋은 개를 받아 둔 것이 있었다”며 “개고기를 먹으면 (수술 후) 회복에 좋다고 해서 그걸 삶아 바로 병원으로 가져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또 마침 교회에서 미역을 팔고 있어서 산모에게 좋다는 생각에 그것도 함께 가져갔다. 리퍼트 대사 부인께서 얼마 전 출산한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리퍼트 대사가 유명한 애견가인 줄은 전혀 몰랐다”며 “그걸 미리 알았다면 다른 걸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술 후에는 개고기가 좋다고 하니까 제일 좋은 걸 갖다줘야겠다는 생각에 가져갔던 것”이라며 “외국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건 동생이 얘기를 해줘서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개고기를 들고 병원을 방문한 이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문의 편지를 써서 리퍼트 대사 측에 전보를 보냈다.
편지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미국 정부나 미국 국민에게 참으로 미안하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주한 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편지는 리퍼트 대사가 받아봤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개고기 선물이 논란이 된 것과 관련 “우리나라를 돕는 분이 그렇게 당한 걸 보니 마음이 아파서 그런건데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서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오해를 샀지만 그것은 내 깊은 마음을 모르는 것이다. 한국 정서만 생각했고, 단지 건강 회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며 “나도 사람이고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너그럽게 봐달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지난 9일 오후 2시 30분께에도 병원을 다시 찾았다. 그는 “정부가 병원비를 대주는 것보다 국민이 주는 것이 낫지 않느냐”며 병원 원무과에 리퍼트 대사의 입원비 명목으로 50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병원 측은 리퍼트 대사가 받지 않을 경우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고, 주한 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500만원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돌려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회장은 김기종 씨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어처구니 없다. 우리나라에 좌파들이 많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 회장은 “원래 미국 정부와 국민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미국으로 인해 우리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회갑 때 들어온 돈을 9.11 테러 때 김대중 정부를 통해 모두 기부했고 미국 정부에서도 감사 편지를 받았다. 보스톤 마라톤 사건 때도 적십자를 통해서 성금을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기독교인인데, 하나님은 언제나 약한 자를 도와주라고 한다. 좋은 일 하는 건 국민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만 위해서 살면 무슨 의미가 있나”고 덧붙였다.
권회장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고문을 맡았고, 육영재단 이사와 아태재단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다.
1980년 권 회장은 고종 황제의 마지막 딸이자 자신을 입양한 어머니인 이문용 여사와 함께 당시 한마음병원 이사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인연도 있다.
권 회장은 고종황제의 마지막 딸 이문용 여사의 양아들이 된 사연에 대해 "약 30년 전 전주에 산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이 전주 이 씨라서 서로 알고 지냈다"며 "고종의 정실 딸이 아니어서 호적에 안 올라가 나라에서 지원을 못 받았는데 내가 집도 고쳐주는 등 후원을 하면서 양아들로 삼으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