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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푸드 프런티어]<31> 본죽 “전세계인 슬로푸드, 내가 있소!’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조반석죽(朝飯夕粥).’ 아침식사는 밥으로 든든히 하고 저녁식사는 죽으로 가볍게 한다는 뜻으로 백성들의 가난한 삶을 표현한 고사성어다. 식재료가 부족하던 시절, 곡식을 물에 불려 허기를 달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을 터. 가난에 국경이 없듯, 서민의 주린 배를 달래주던 죽이라는 형태의 음식도 여러 나라에 존재했다. 중국 서민들은 전통적으로 아침 식사를 조죽으로 때웠고, 서아프리카에서는 조, 기장, 옥수수 등을 발효시킨 ‘오기(Ogi)’라는 죽을 먹었다.

가난 대신 웰빙과 건강이 국경을 뛰어넘는 트렌드로 떠오른 오늘날, 죽은 건강식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국의 죽은 갖은 영양소를 갖춘 다양한 재료로 이러한 트렌드에 부합한다. 

지난 1월 ‘본죽&비빔밥café’ 베이징점에서 현지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죽이라는 식문화가 익숙한 중국에서는 한국의 죽이 아침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죽 전문점 브랜드 ‘본죽’을 운영하는 한식 프랜차이즈 기업 본아이에프(대표 김철호)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식 슬로푸드(Slow Food)’인 죽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준비를 하고 있는 기업이다. 김기택 본죽 해외사업기획 본부장은 “한식의 장점을 집약한 죽이라는 건강식을 연령과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 일반식으로 진화시켰다”며 “공격적인 해외진출보다는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면서도 현지인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본죽은 지난 2006년 미국 LA월셔블러버드점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후, 뉴욕점과 함께 일본ㆍ중국에 순차적으로 매장을 열었다. 현재는 중국 7개점과 미국 5개점, 일본 2개점 등 총 14개의 매장이 해외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본죽이 가장 주목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인들은 차가운 음식보다는 따뜻한 음식을 선호하고, 주로 먹는 흰죽(바우저우) 덕분에 죽 특유의 제형을 낯설게 느끼지 않아 타 국가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장점이 있다. 러시아, 한족 등 소비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본죽과 본비빔밥을 결합한 형태의 ‘본죽&비빔밥café’로 진출한 상태다. 

단호박죽, 돌솥비빔밥 등이 대표적인 인기 메뉴이며 불고기, 떡볶이, 칼국수, 잡채 등 이미 중국인에게 익숙한 한식 메뉴들을 함께 판매해 중국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2011년 중국 연길에 문을 연 매장에서는 하루 평균 100그릇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월 ‘본죽&비빔밥café’ 베이징점에서 현지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죽이라는 식문화가 익숙한 중국에서는 한국의 죽이 아침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지인의 식습관을 파악하는 것도 필수다. 중국 저장공업대학 식품안전영양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중 아침을 매일 챙겨먹는다는 비율은 54.2%이고, 일주일에 4회 이상 챙겨먹는다는 응답자는 70%에 달한다. 본죽은 아침 일찍 식사를 챙기는 중국인들의 습관을 고려해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 한국과 달리 새벽 6시에 매장 영업을 시작했다. 중국 지점의 일 매출 3분의1 가량은 이 아침 시간에 발생한다.

본죽은 중국인의 입맛에 맞추는 데도 세심한 배려를 기울였다. 현지인이 맛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기 위해 5미(5味ㆍ다섯가지 맛)의 강도를 조절한 소스를 개발했으며 약간 짠 맛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입맛에 맞춰 전체적으로 음식 맛을 짜게 바꿨다. 이를 통해 중국 향신료를 사용하지 않고 본죽 고유의 맛을 유지하면서 현지인의 입맛을 잡을 수 있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 명동의 본죽 매장 앞에는 일본인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죽의 인기가 높은데, 본죽은 일본인들이 소식을 하는 경향에 맞춰 한국에서 판매하는 양의 80% 정도를 1인분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한국 교민만이 만족하는 맛에서 탈피하기 위해 현지 식재료를 이용한 로컬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김치나 고추장과 같이 외국인에게 생소하고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음식은 매운맛의 정도를 등급으로 나누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월 해외영업 자회사인 본월드 F&B를 통해 일리노이 마스터프랜차이즈와 양해각서를 체결, 이를 기반으로 향후 5년 내 매장을 100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라며 “미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소스 공장도 시카고 지역 내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본죽은 올해부터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전략적인 방향의 해외 진출을 시도할 계획이다. 직영점 운영과 함께 현지 외식 전문기업에게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제휴하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전략을 전개하며 해외 진출의 현실성과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본죽을 운영하며 쌓아온 차별화된 메뉴 개발 기술과 프랜차이즈 경영 노하우를 결합해 해외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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