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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크로니 캐피털리즘

[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엄격한 사업심사나 대차대조표보다 한 차례의 골프 라운딩이 사업 성패와 대출여부를 결정짓는 관행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정실 자본주의 또는 친족, 연줄, 인맥 자본주의라고 불리는 ‘크로니 캐피털리즘(crony capitalism)’이란 말이 대중적으로 회자된 것은 지난 1990년대말 아시아 금융위기 때였다. 당시 서구 분석가들이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한국 등의 경제에서 발견한 공통점이 크로니 캐피털리즘이었다. 국가의 경제개입이 늘어나면 부정부패도 증가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기도 했다.


오늘날 부정부패는 더욱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친소 관계를 이용해 각종 이권을 받아내거나 인ㆍ허가를 손쉽게 받는 것에서부터 정부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받는 방식, 세금탈루를 눈감아주거나 국가적 사업권을 타내는 방식, 의원을 통해 유리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식 등 다양하다. 뇌물을 주고 편의를 봐주는 것은 고전적 수법이며, 갈수록 고도화ㆍ지능화ㆍ대형화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에선 국유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알짜기업이 일부 권력층에 돌아가고, 미국은 이라크 재건과정에서 권력자와 가까운 기업에 사업권을 몰아주기도 했다. 한국의 4대강 사업을 일부 대기업이 독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곤 한다.

부정부패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위헌 논란을 빚고 있다. 일부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몇 십만원에서 수천만~억대에 이르는 뇌물은 부정부패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크로니 캐피털리즘의 척결이야말로 공정경쟁과 경제정의를 세우기 위해 실현해야 할 핵심적인 과제인 것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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