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달고 오묘하네! 삼성·LG·한화의‘스낵컬처’
광고에서 대놓고 일등 브랜드 홍보 옛말
웹툰 등에 기업문화·제품 표안나게 녹여내
올해 웹툰시장 3,000억대 파급효과 톡톡

한화케미칼 웹툰 ‘연봉신’ 댓글 1만여개
삼성 웹드라마 ‘최고…’누적조회 1000만
LG화학, 미생 패러디 ‘화생’ 제작 인기


웹툰 ‘워킹히어로’의 주인공 남궁철 대리는 한화케미칼 나노기술 사업부에서 일한다. 기쁨도 분노도 느끼지 못하는 냉혈한이지만, 감수성이 예민해 곧잘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흘리는 순간 괴물로 변하는 남 대리는 자신과 비슷한 돌연변이들을 만나 ‘워킹히어로’로 일하게 된다.

이 웹툰은 한화케미칼이 자사 홍보를 위해 기획했다. 그런데 정작 회사에 대한 설명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웹툰 아래에는 ‘한화케미칼이 왜 이런 웹툰을 만들었나’에 대한 독자들의 갑을박론이 한창이다. ‘이래서야 홍보 효과가 있겠는가’라고 걱정하는 독자들도 더러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기업홍보 자체보다는 브랜드웹툰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댓글로 쌍방향 소통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①삼성이 만든 웹드라마‘ 최고의 미래’
②한화케미칼의 브랜드웹툰‘ 연봉히어로’
③LG화학의 ‘화생(化生)’

바야흐로 ‘스낵컬처’ 전성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홍보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드러내놓고 ‘이 제품을 사달라’, ‘우리는 일등 브랜드’라고 자랑하지 않는다. 웹툰과 웹드라마와 같은 짧은 콘텐츠에 은근슬쩍 기업 문화와 제품을 섞어놓는다. 광고에 거부감을 보이던 젊은이들도 은연 중 기업들과 거리를 좁히게 된다.

웹툰은 10~15분간 즐기는 짧은 콘텐츠를 일컫는 ‘스낵컬처’의 대표주자다. 지난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약 2100억원. 올해 3000억원, 2018년에는 5097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한다. 가파른 성장세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브랜드 웹툰 ‘연봉신’을 처음 선보였다. 댓글만 1만여개가 달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회사 관계자는 “도입을 반대하던 임원들도 신입사원 면접을 거친 후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며 “웹툰을 통해 어렵고 딱딱한 회사의 사업, 제품들을 미리 접하는 지원자들, 웹툰의 파급력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짧은 동영상에 드라마에 버금가는 줄거리와 영상미를 입힌 일명 ‘웹드라마’도 차세대 킬러 콘텐츠로 꼽힌다. LTE 시대에 접어들면서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도 급성장하고 있다. 웹드라마는 2년 전 만해도 한 작품당 최대 41만뷰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 400만뷰를 돌파하며 상승세다.

콘텐츠 자체를 광고로 활용할 수 있어 삼성과 교보 등 대기업들의 참여도 잇따른다. 삼성은 지난해 웹드라마 ‘최고의 미래’를 직접 제작했다. 가수 지망생 ‘최고’와 삼성 신입사원인 ‘미래’가 집을 나눠쓰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걸그룹 ‘걸스데이’의 민아와 탤런트 서강준이 주연을 맡아 누적조회수 1000만회를 넘어섰다. 드러내놓고 기업홍보를 하지는 않지만, 기업 문화와 인재상이 드라마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삼성 관계자는 “모바일 콘텐츠 소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젊은층을 향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찾은 것”이라면서 “딱딱한 기업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고, 젊고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가려 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도 지난해 웹드라마 ‘컬러유어라이프 위드 러브’편에 이어 올 봄 ‘조이(즐거움)’를 주제로 또다른 웹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광고에서 기업이 하고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은 더이상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며 “영상미가 돋보이는 웹드라마 방식으로 젊은층에 대한 파급력을 높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지난해 내부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트콤 ‘빅브레이크’를 제작해 조회수 10만건을 기록했다. 사내 오디션으로 주연배우 2명을 뽑고, 개그맨 유민상 등이 합류했다. 직원들의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짧고 재미있는 웹드라마를 활용했다. LG화학도 드라마 ‘미생’을 패러디한 ‘화생(化生)’으로 조회수 170만건을 기록했다.

스낵컬쳐 열풍에 편승한 기업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SK플래닛 M&C부문 서헌주 팀장은 “짧은 시간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스낵컬처가 사회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붐을 이룰 것”이라면서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소비 행태를 만들어내고,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