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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을 바꾼 1m 막대기…당신도‘마법봉’에 빠졌나요
20여년전 日서 발명 당시 최악 평가
작년초 미국서 ‘셀피스틱’으로 재조명
국내선 ‘꽃보다…’ 등장 호기심 자극
쿠팡서만 2만5000개 판매 인기폭발

타인과 문화공유 SNS열풍타고 ‘훨훨’
나홀로 여행족 “셀카봉부터 챙긴다”
‘자아도취봉’ ‘고립봉’ 비판적 시각도


‘막대기’ 하나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작게는 20㎝에서, 길게는 1미터까지 길이 조절이 가능한 이 막대기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지는 이 막대기를 애플 워치, 3차원 프린터 등과 함께 지난해 ‘최고의 발명품 25’에 선정하기도 했다.

바로 셀카봉이다.

스스로 찍는 사진이란 의미의 ‘셀프카메라’와 막대기를 뜻하는 ‘봉’의 합성어인 이 것은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한국은 물론, 전세계인의 필수품이 됐다.

이 막대기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을까?

▶셀카봉, 넌 어디서 왔니?=셀카봉을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미국 할리우드의 카메라맨 레스터 위스브로드가 1981년 그의 캐논 카메라를 막대기에 연결한 후 배우들을 만날 때마다 이 막대기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는 주장에서부터,

1926년 영국의 한 부부가 긴 나무 막대 끝에 카메라를 매달고 ‘셀카’를 찍었다는 이야기까지 최초의 셀카봉 사용자가 누군지에 대한 것은 불분명하다.

상업용 셀카봉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1983년 일본인 우에다 히로시와 미마 유지로가 처음 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984년 기술을 공개했고 1985년 미국에서 특허를 등록했다. 특허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기간인 20년이 지나 셀카봉은 세계 곳곳에서 개발, 판매되고 있다.

▶최악의 발명품이었던 셀카봉, 인생역전=그동안 셀카봉은 철저히 사람들의 관심 밖 물건이었다.

심지어 기술이 개발됐던 일본에서는 지난 1995년 최악의 발명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 후에도 약 20년이 지나도록 철저히 잊혀졌던 셀카봉은 지난해 2월 미국의 한 업체가 셀피스틱(Selfie Stick)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셀카봉의 인기가 폭발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TV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이를 사용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MBC ‘무한도전’, 케이블채널 tvN의 ‘꽃보다 청춘’ 등에서 출연진들이 기다란 막대기를 꺼내 사진을 찍으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행객을 중심으로 구매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 7~8월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에서만 2만5000여개가 팔려나갔으며 같은 기간 11번가의 셀카봉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8배가 증가했다. 초창기 5000원대의 저가제품 위주였던 셀카봉은 최근에는 블루투스 기능 등이 탑재되면서 3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SNS 열풍타고 확산, 1인 문화시대를 상징하는 셀카봉=이와 같은 셀카봉의 인기는 소셜미디어(SNS)의 대중화 등 달라진 사회분위기가 원인으로 꼽힌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가 일상생활이 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표현하고 이를 타인과 공유하는 문화가 널리 퍼졌다.

특히 텍스트보다 ‘셀카’라는 이미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자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셀카를 더욱 잘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셀카봉이 필수품이 된 것이다.

타임지는 셀카봉을 2014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하면서 “셀카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고 미국인의 최소 4분의 1 이상이 SNS를 통해 셀카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셀카봉은 (셀카 찍기에) 진정한 가치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혼자서 여가를 즐기는 ‘1인 문화’가 커진 것도 한 몫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2.3%에 해당하는 488만가구로 계속 증가 추세다. 오는 2020년엔 588만가구, 2030년엔 700만가구도 돌파할 전망이다.

특히 ‘나홀로 휴가’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는데, 지난해 인터파크가 여름 휴가를 떠나는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30% 이상이 ‘나홀로 휴가족’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이처럼 혼자 즐기는 이들에게 그동안 한가지 장애물이 있었다면 여행지는 물론 일상에서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삼각대를 이용해 타이머 셀카를 찍어야 했던 불편함에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필수였다.

하지만 셀카봉의 등장으로 언제, 어디서든 완벽한 사진을 스스로 찍을 수 있게 되며 더이상 나홀로 족들에게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한편 셀카봉이 사진을 찍는 도구 자체의 기능에 충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찍는 사람의 얼굴이 크게 나오고 배경이나 다른 사람들의 얼굴은 작아지는 어색함이 컸던 기존 셀카와는 달리 길이 1미터의셀카봉을 통해 렌즈와 얼굴의 거리가 멀어지며 피사체와 주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셀카봉 전성시대의 그늘=최근 미국 워싱턴의 국립 미술관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 주요 박물관에서는 셀카봉이 반입 금지 품목에 포함됐다. 기다란 셀카봉 때문에 다른 관람객들의 공간을 침해하거나 제한구역을 넘겨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례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이처럼 셀카봉에 대해 자기도취의 불쾌한 상징이라며 노골적인 증오감을 표현하는 이들은 셀카봉을 ‘자아도취봉(narcissi-stick)’이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잘나온 셀카를 위해 타인을 신경쓰지 않고 막대를 길게 늘어뜨리는 이들에 대한 비판인 것이다.

여기에 셀카봉으로 인해 현대인들의 단절화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여행지에서 현지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추억이 되는 등, 사람과 사람사이의 단절과 개인의 고독이 깊어질 것이라는 견해다.

최근 졸업식이나 여행지에서 추억을 찍어주며 ‘필름밥’을 먹고살던 사진사들이 셀카봉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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