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 기자ㆍ이혜원 인턴기자]한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세계 5위권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품고 있다. 하지만 ‘셀피(Selfie)’ 문화에서 재계는 다소 경직돼 있다. 해외에선 팔순이 넘는 회장도 스마트폰 카메라에 스스럼없이 포즈를 취하곤 하지만, 한국에선 이 같은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속에도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이들도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대표적인 ‘셀피 회장님’이다. ‘트위터리안’이기도 한 그는 ‘회장님으로서의 삶’을 담은 다양한 사진으로 젊은 세대에게 많은 관심과 호감을 끌어내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가 2013년 플레이오프에 출전했을 때가 상징적이다. 그는 야구장을 방문해 인증샷을 남겼다. 관중 속에서 우뚝 선 그가 스마트폰을 치켜들어 사진을 찍었다. 80도, 맞춤형 얼짱각도다.
박 회장의 셀피가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유머와 여유다. 2013년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후에는 빈도가 다소 줄었지만, 박 회장은 그간 재밌는 셀피로 많은 SNS 사용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2010년에는 회의시간에 셀피를 찍는 ‘대범함(?)’도 보였다. “이제까지 찍은 몰래셀카 중 제일 후덜덜!”이라는 메모와 함께 트위터에 올렸다. 2013년에는 두산이 짓고 있는 대형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안전모 차림으로 셀피를 찍었다. “요건 쫌 가격이 나가는 건데 하나 (댁에) 들여 놓으시지요. 4조원이에요. 더는 못 깎아 드려요”라는 재밌는 설명을 달았다. 두산그룹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발전ㆍ친환경 건설 사업의 경쟁력을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애교 넘치게 홍보한 셈이다.
지금은 SNS 활동을 접었지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48)도 SNS에 셀피를 즐겨 올렸다. 2010년 씨티은행 회장과의 만찬에 박용만 두산 회장과 나란히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이 정 부회장에게 “난민 같다”고 다소 짓궂은 댓글을 달았지만 그는 “난민ㅠㅠ”이라며 대응에서도 여유를 보였다. 대한민국 대표 유통회사 대표답게 그는 젊은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그런 까닭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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