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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소차 전용모델 SUV에 집중…영원한 1등이 목표”
수소차‘ 투싼 iX’탄생 주역…현대차 환경기술硏 안병기 연료전지개발실장
“2018년 모델은 수소차 전용SUV…도요타 미라이 후속 뛰어넘을 것”
세계 최초 수소차 양산 강한 자신감…기술 브랜드화…그룹이미지 제고도


“2018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수소차는 2020년에 나올 도요타 미라이 후속 모델의 성능을 뛰어넘을 겁니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한 만큼 한번 1등을 영원한 1등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 마북에 위치한 현대차 환경기술연구소에서 만난 안병기<사진> 자동차연구개발본부 연료전지개발실장의 눈빛에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안 실장은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 실무 책임자다.

현대차 환경기술연구소는 우리나라 수소연료전지차(FCVㆍ이하 수소차)의 ‘메카’다. 수소차 기술개발 인력 200여명이 머리를 맞대 2013년 2월 세계 최초 양산 수소차인 ‘투싼 iX’를 탄생시켰다. 국내 200여 협력사와 협업을 통해 95%이상 부품 국산화율을 달성해 성공의 의미가 더 컸다. 안 실장으로부터 한국 수소차의 미래를 들어봤다.


▶“2018년 현대 수소차, 세단 아니다”=안 실장은 “2018년에 선보일 수소차는 전용모델이고 승용차(세단 의미) 아니다”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미국과 유럽 시장조사 결과, 일반 소비자들은 넉넉한 실내와 트렁크를 원한다”며 “해외 법인장 모두가 SUV를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컨드카로서 SUV나 미니밴 시장은 꾸준히 존재한다”면서 “수소는 다른 연료에 비해 가격변동이 심하지 않아 SUV를 공략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경쟁업체인 도요타와 혼다, 벤츠가 전부 승용차 개발에 치중하는데 그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나타냈다. 그는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전혀 다른 종류의 차를 출시해 소비자에 어필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투싼ix 실전 검증…미라이 못따라와=안 실장은 경쟁모델인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가 세단 형태로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투싼은 이미 소비자가 3년을 검증한 차”라며 “그것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제 막 검증을 시작한 미라이가 결코 따라오지 못하는 투싼만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그는 “덴마크와 노르웨이 현지에서 3년간 실전검증을 했다”며 “피드백을 통해 개선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 마북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수소차 스택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안 실장은 엔지니어답게 미라이의 약점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우선 “미라이는 스택(수소차 엔진에 해당)이 엔진룸이 아닌 차량 가운데 있어 바닥와 좌석 사이 공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뒷자리 승객은 앞좌석과 바닥 사이 공간에 자연스럽게 발을 집어 넣어 무릎 공간을 편리하게 쓸 수 있지만 미라이의 경우는 이 공간이 사라지면서 뒷좌석 승객이 움츠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센터 터널(뒷좌석 가운데 위로 튀어 올라온 부분)이 올라와 있어 미라이가 5인승 세단을 구현하는데 실패해 진정한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안 실장은 “미라이의 차량 배선 다발(와이어 하니스)도 정리가 되지 않아 급하게 출시한 느낌이 역력하다”며 “현대차라면 품질검증에서 출시를 연기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처럼 스택을 차 가운데 넣는 것보다 현대차처럼 모듈화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라며 “혼다와 다임러가 스택을 터널부에 세워 넣었다가 다시 엔진룸으로 돌린 것만 봐도 도요타는 역행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본형 인프라 협업시스템 절실=지난달 초 현대차는 투싼 수소차의 가격을 한번에 43.4%(대당 8500만원) 인하했다. 이와 관련 미라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맞대응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안 실장은 “업체 간의 가격경쟁은 상대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이라며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손해를 감수하고 시장에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본의 수소차 인프라 구축 시스템은 부러운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안 실장은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4개의 클러스터(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가스업체가 긴밀하게 협업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며 “중앙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관련 제도 및 법규를 정비하고, 지자체가 부지를 제공하며, 가스업체는 충전소 인프라 구축에 뛰어드는 체제가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차 1등 기술력, 현대차 이미지 제고도=안 실장은 지난 10년간 수소차와 동고동락했다. 지난 2008년에는 10개월 만에 모하비 수소차를 내놓는 기염을 토했다. 통상 차 한대 개발에 4~5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안 실장은 “2004년부터 스택을 자체 개발해 2년 만에 완성했다”며 “30년 이상의 개발 역사를 가진 해외 기업보다 앞선 기술이었다”고 회상했다. 스스로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를 자문해가며 직원들과 숱하게 밤샘 작업을 했던 때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총 1만대 이상의 수소연료전지차를 보급할 계획이다.

천예선 시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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