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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명의들]<29>‘엄마의 마음으로 ’고대안암병원 소아외과 부윤정 교수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환자가 아이들이라 힘들 것 같다고요? 아이들이 어른보다 의사소통하기가 더 쉬워요.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면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바로 알아채고 진심을 보여줍니다. 수술이 잘 끝나 퇴원 후 보호자가 감사해하며 찾아오는 것보다 아이들이 선생님 보고 싶다고 병원에 놀러 오거나 감사편지를 보내면 ‘소아외과를 잘 선택했구나’ 하는 행복감이 들죠.”
<사진설명>고려대 안암병원 부윤정 교수가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소아외과, 약간 생소하다. 소아과면 소아과고 외과면 외과인데 그 둘을 접목시키니 영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이는 어른보다 더 정교하고 완벽한 치료가 필요한 수술이 있다. 아이 수술은 어른 수술보다 인력이 2배 이상 든다. 체구가 작기에 더 정교하고 미세한 수술이 필요해 일반 외과 전공의보다 2~4년 더 훈련을 받아야한다. 전국에 현직으로 활동하는 소아외과 전문의는 20~30명 남짓에 불과하다. 서울의 대형 대학병원에서조차 전문의가 1~2명이고 지방에는 국립대병원 등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부윤정 교수는 이미 입소문으로 엄마들 사이에서 ‘친절과 실력’을 갖춘 스타급 의사다. “환자 수가 적고 출산율까지 낮아지다보니 소와외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적어요. 의료수가도 턱없이 낮다보니 신생아를 진료하면 무조건 적자라는 인식도 있고 1년에 전문의가 1명 정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고려대의대 94학번인 부윤정 교수는 인턴시절부터 외과가 좋았고 아기들도 워낙 좋아해 자연스럽게 일찌감치 소외외과를 선택했다. “인턴때부터 외과가 재미 있었어요. 수술실에 들어가면 흥미진진하고 다른 생각이 하나도 나지않을 정도로 집중이 잘됐죠. 그래서 외과가 내 적성인가 보다 했어요. 아기들을 워낙 좋아하지만 5000명에 1명 꼴인 선천적으로 항문없이 태어나는 아기들이 수술받고 새로운 항문이 생기고 좋아하는 부모님을 보면 말할 수 없는 보람도 느끼고요.”

소아외과에서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이 ‘탈장수술’이다. 부 교수 역시 가장 많이 집도하는 수술 중 하나가 탈장이다. 소아탈장은 복벽이 약해지거나 구멍이 생겨 장이 불룩 튀어나오는 질환으로, 주로 사타구니쪽에 나타나는 ‘서혜부탈장’이 대부분이다. 서혜부탈장은 삐져나온 장이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지 못하거나 다른 장기에 짓눌려 그 기능을 잃거나 원활한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시킨다. 전체 출생하는 아이의 5% 내외에서 발병되며, 미숙아로 출생할 경우 발병률은 20%에 달할 만큼 흔한 질환으로,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며 조기에 발견해 수술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들은 몸집이 작고 장기들이 완전히 성장하지 않아 복강경수술이 쉽지 않다. 특히 신생아는 복벽이 얇고, 복강 내 장기들이 약해 복압조절이 어려운 점이 있다. 이에 소아 복강경 전문의를 제외하고는 절개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절개를 하면 수술 후 아이의 몸에 흉터가 남고 회복력도 더딜 뿐 아니라 재발 가능성도 있다. 부 교수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아이의 완치 뿐 아니라 미용적으로도 완벽한 수술법을 개선하려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기존의 절개 방식으로 수술할 때는 튀어나온 장을 안으로 넣은 다음 장 때문에 늘어진 조직을 잘라내고 입구를 봉합해 복강 안팎을 깔끔하게 분리해 줍니다. 하지만 소아 뱃속을 모니터로 보며 기구 조작으로 진행하는 복강경 수술은 절개 수술만큼 정교하게 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이 때문에 초기 소아 탈장 복강경 수술은 늘어진 조직을 그대로 둔 채 입구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아무리 미세하게 구멍을 좁혀도 다시 탈장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치료도 치료지만 수술 후 남을 아이의 흉터에 대한 보호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의 상처는 성장하면서 깊고 더 커질 수 있고, 심리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입니다. 어릴 때 다친 상처를 평생 지니고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죠.”

부 교수는 2008년 복강경으로도 기존 절개 방식과 같은 과정으로 깔끔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것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입증했다. 특히 부 교수가 연구한 ‘분리형 복강경 단일포트’를 이용해 배꼽에 지름 5mm의 구멍 하나만 뚫어 수술을 하는 방법은 기존의 수술보다 수술시간, 재원기간, 수술 후 식이 시작 시기도 모두 짧고, 합병증 발생률도 낮을 뿐더러 미용적으로도 우수해 임상적으로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확인됐다.

부 교수는 지난해 여름 캄보디아에서 고대안암병원으로 찾아온 14개월 된 아기 ‘쌈낭’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쌈낭은 태어날 때부터 항문이 없는 쇄항(선천성 항문 막힘증)을 앓고 있었는데 캄보디아의 열악한 의료환경으로 간신히 배에 인공항문(장루)을 만들어 대변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정도의 상태였다. “14개월의 아이인데 몸무게가 7kg 남짓이었어요. 인공항문을 달고 스스로 앉지도 못한 채 누워있는데 어른도 불편한 인공항문이 아이에게는 얼마나 불편했겠어요. 보통 6개월이면 시작하는 이유식도 못하고 여전히 분유만 먹고 있었죠.” 


쌈낭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고대안암병원 의료사회사업팀의 도움을 받아 수술을 진행한 쌈낭은 작년 6월 한국에 들어와 고대 안암병원에 입원했고 부 교수에게 항문 재건수술을 받아 약 4개월 동안 치료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배변은 아이의 영양과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항문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항문을 재건하는 1차 수술을 받은 쌈낭은 이후 배변이 원활해지면서 몸무게도 늘고 몸집도 커져 성장속도가 굉장히 빨라졌어요. 증세가 호전되면서 인공항문을 없애는 수술을 받았고, 퇴원할 때 즈음에는 그 나이 또래의 성장속도와 엇비슷해져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죠.”

소아 수술은 마취 준비 단계부터 수술 이후까지 어른보다 더 신경써야 한다. 상태가 시시각각 변하는 아이는 시기를 놓치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부 교수는 소아에게 더욱 완벽한 수술법 뿐 아니라 면역력이 약한 소아의 수술부위 감염률, 감염 관리 등 소아 수술에 있어 최상의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끊임없이 연구 중이다.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단순히 수술과 치료를 넘어 우리 미래의 희망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것과 같아요. 아이가 완치해서 방긋방긋 웃으며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고 보람을 느껴요. 상투적인 말일 수 있지만 더 많은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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