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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카드 가파島 개발에 나선 까닭은…
본질회복 정태영 사장의 경영철학
자연·휴식섬 재탄생 브랜드 부각



현대카드는 지난 2013년 제주특별자치도와 손잡고 제주도 모슬포 남쪽바다의 작은 섬 가파도를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영감의 섬’으로 재탄생시키는 ‘가파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부동산 개발 회사도, 여행사도 아닌 현대카드가 가파도 개발에 나선 이유는 “본질을 회복하자”는 정태영<사진> 현대카드 사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가파도는 매년 열리는 청보리 축제에 6만명 씩 방문할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섬이지만 난개발의 광풍에 직면해 있었다. 수려한 자연을 뽐내던 지역들이 매력을 잃고 결국 ‘그렇고 그런’ 관광지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자연과 휴식, 여행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모델을 만들어 내면 현대카드의 차별화된 브랜드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정 사장에게 ‘어떻게’ 일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왜’ 일하는가이다. 2011년 10월 정 사장은 장부 중심의 회계 기준부터 실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비용을 알아보기 쉽기 뜯어 고쳤다. 정 사장은 이같은 회계 기준을 TVA(Total View Accounting)으로 불렀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기존 비지니스 모델을 재조명하자는 ‘데이1(Day1)’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예를 들어 고객 모집비용을 계산할 때 기존 회계 기준에는 모집 수수료나 판촉비만 계산됐지만 얼마나 돈을 들여 고객을 모으고 있는지 제대로 계산하기 위해 모집원 사무소를 유지하기 위한 임차료, 전기세, 통신비 등도 함께 계산했다.

회사의 활동을 크게 ▷상품 ▷마케팅 ▷채널 로 나누고 비용을 계산해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슈퍼콘서트, 고메위크 등의 차별화된 마케팅을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마케팅에 들인 비용은 고작 7%에 불과했다. 반면 고객 모집 등 채널 유지에 들어간 비용은 40%에 육박했다.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현대카드라는 브랜드를 확고히 인식시킨다는 목표와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그는 상품 구조와 조직문화를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알파벳 카드와 컬러카드로 구성된 21개 상품군을 7개로 줄이는 ’챕터2‘에 돌입했다. 알파벳 카드는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해 고객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한 최초의 상품으로 평가받았지만 과거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았다. 대신 M(포인트 적립)과 X(캐시백 할인) 카드 두 가지로 나눴다. 모든 카드사들이 빅데이터를 앞세워 상품군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의외의 선택이었다.

각종 혜택이 제공되는 기준을 월 50만원 이상 사용실적으로 대폭 올린 대신 사용실적에 따라 혜택의 폭을 늘렸다. 포인트 적립과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드는 비용을 감안할 때 50만원은 일종의 ‘손익분기점’이었다. 채널 유지비용도 대폭 줄였다. 카드 모집인이 회원 한명을 모집해오면 바로 지급하던 수수료를 6개월 간 그 회원의 사용실적에 연동해 지급하기로 했다. 카드를 쓰지도 않을 10명의 회원보다 주 사용카드로 쓰는 1명의 회원이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해 정 사장은 “직원들이 실제 업무에 대한 고민보다 PPT를 예쁘게 만드는 일에 시간을 과도하게 빼앗기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업무의 ‘단순화(Simplification)’를 전사적 과제로 천명했다. 필요없는 회의와 PPT를 없애고 그 자리를 이메일(35%), 전화(19%), 워드ㆍ엑셀(38%)로 채웠다. 반대로 연간 누적 휴가 사용률은 2013년 47%에서 2014년 61%로 높아졌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체 비용에서 채널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8%에서 29%로 줄었들고 직원당 연 평균 근무시간이 30시간이나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2013년 1632억원이던 당기 순이익은 2014년 약 39% 늘어난 2235원에 달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방향이 정답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혼란스러운 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현대카드의 ‘본질 경영’에 대해 자평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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