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정가 4.2%하락 불구
소득수준 정체로 구매 기피…지역도서관 대출은 2배 증가


책 할인폭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책이 ‘사치품’이 되고 있다. 서민 경제 침체로 소득 수준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는데 책값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가제 시행 덕에 책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자화자찬’ 자료를 내놨지만, 정가제 시행 100일을 맞는 시민 대부분은 “책값이 비싸 꼭 필요한 책이 아니면 절대 사지 않는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정가제가 시행된 지난해 11월 21일에서 지난달 2월 25일까지 100일간 단행본 분야 도서발간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정가는 1만8648원으로 전년 동기의 1만9456원보다 4.2%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서점 직원은 “주말에는 앉아서 책보는 사람들이 통로를 가득채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말그대로 정가가 낮아졌을 뿐, 그 동안 할인된 값에 책을 구매해왔던 시민들은 책값 부담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책값 부담이 커지면서 대형 서점 바닥에 앉아 그 자리에서 책을 읽어내거나, 학교ㆍ지역 도서관을 찾아 책을 대출하는 발품족(族)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오후 2시께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만난 주부 김모(43ㆍ여ㆍ마포구) 씨는 “도서정가제가 실시된 후 전집을 사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이경화 파트장은 “정가제 시행 후 서점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그러면서 책 훼손도 증가하는 등 관리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도서관의 대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중랑구립정보도서관의 올 1월 총 대출 건수는 3만2688건으로 지난해(2만9135) 대비 12.1% 상승했다.

서울 구로도서관의 경우 올 1월 대출 건수는 2만1529건이었다. 이는 2년 전인 지난 2013년 같은 기간 8143건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