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서상범의 아! 車!] 마이카 시대 선봉장, 기아차 캐피탈 이야기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오늘은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려 합니다.

제가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였습니다) 3학년이던 93년. 저희 가족은 첫 차를 가지게 됩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처음 운전대를 잡으셨을 때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의기양양해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후 이 차는 주말이면 저희 가족의 발이 돼 전국 각지를 누볐습니다.

저에겐 부산이라는 동네를 처음으로 벗어나 넓은 세상을 보여준 고마운 친구였죠. 


바로 기아자동차의 ‘캐피탈’ 이야기입니다.

1989년 3월 처음 출시된 이 차는 기아차가 대중적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든 모델입니다.

2년전 산업합리화 조치 해제로 승용차 생산을 재개한 기아차는 소형차 프라이드와 중형세단 콩코드, 두 모델을 통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와중에 80년대 후반, 경제호황을 계기로 마이카 붐이 일게 되고, 소형차는 좁고 중형은 부담스러운 4인 가족을 대상으로 한 모델개발에 나서게 된 거죠.

그래서 기아차는 콩코드의 차체를 줄인 준중형 모델을 개발하게 되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캐피탈입니다. 


‘다이나믹 세단’을 슬로건으로 한 캐피탈은 당시 경쟁차이던 현대 스텔라보다 한 차원 높은 성능을 자랑했습니다.

엔진성능으로 유명한 일본 마쓰다의 1.5ℓ SOHC 엔진을 장착, 95마력, 최고 속도 170㎞/h, 시속 100㎞까지 13.5초의 성능을 자랑했죠.

출시 7년이 지나 노후화가 진행됐던 스텔라를 압도하고도 남았죠.

여기에 1990년에는 한국 자동차 역사의 전환점이 된 엔진을 장착해 새롭게 출시됩니다.

바로 대한민국 최초의 DOHC 엔진인 1.5ℓ B5-DE DOHC 엔진을 단 모델이 나온 것이죠. 

흡기밸브와 배기밸브에 캠축이 2개 있는 엔진(이전 버전인 SOHC는 캠축이 1개 있는 것을 말합니다)으로 높은 출력이 특징인 DOHC는 오늘날 대부분의 차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 엔진의 기반은 앞서 말씀드린 일본의 마쓰다입니다.

하지만 기아차의 엔지니어들이 한국 상황에 맞게 세팅을 새롭게 한 것이죠.
이 엔진은 당시 동급차로서는 사기에 가까운 높은 출력을 자랑했습니다.

최고 출력 115마력으로 이전 SOHC 모델보다 20마력이 높아졌고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도 10.0초로 이전 모델 대비 3.5초 단축했습니다.

이후 캐피탈 DOHC의 성능을 의식해 현대차와 대우차도 각각 엘란트라와 에스페로에 DOHC 엔진을 장착하게 되죠.

엔진 성능 뿐 아니라 실내 공간 역시 경쟁차 대비 강점이었습니다.

차체의 기반이 된 콩코드가 중형차 치고는 좁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 것이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경쟁하던 캐피탈에게는 강점이 된 것이죠.

이렇게 성능과 대중성 모두를 잡은 캐피탈은 90년대 마이카 붐과 맞물려 기아차에 큰 성공을 안겨줍니다.

최초 출시된 1989년부터 생산 중단된 1996년 까지 내수 판매 22만2476대, 수출 7704대 등 23만여대가 팔리며 국민 가족 세단으로 자리잡은 것이죠.

재밌는 부분은 90년 파워스티어링을 장착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이전 모델보다 가격을 10만원 인하하는 승부수를 띄운 점입니다. 


최근 국산차 업체들이 페이스리프트나 연식변경을 하면 반드시 가격을 올리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점이죠.

이후 2번의 페이스 리프트를 거쳐 1996년 세피아에 자리를 내주며 캐피탈은 역사의 길로 사라집니다.

그러나 이후 세피아, 스펙트라, 쎄라토를 거쳐 현재의 K3에 이르기까지 캐피탈의 DNA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 기억에서도 캐피탈은 우리 가족의 첫 차로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오늘 가족의 첫 차, 또는 여러분 자신의 첫 차에 대해 한번 떠올리셨으면 합니다.


tiger@heraldcorp.com

기아차 캐피탈 광고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