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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최정호]스페인으로 달려간 ‘방송위’ 7인의 국회의원
7인의 국회의원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떴다. 세계 최대 통신 산업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가 열리고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ICT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MWC를 둘러보는 것은 당연하고, 또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다.

미방위 위원장과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명 씩, 모두 7명의 의원들의 스페인 행을 위해 비행기값과 호텔비, 식대를 국고로 지원하는 것을 놓고 ‘세금낭비’ 운운한다면 촌스러운 일이다. 중국과 인도 ICT 업체들이 얼마나 무서운 기세로 약진하고 있는지, 또 이에 맞서 우리 업체들이 얼마나 고분분투하며 싸우고 있는지 직접 보고 느끼기에 MWC만큼 좋은 곳도 없다. 핀테크와 사물인터넷, 드론, 그리고 5G를 위해 국가가 어떤 정책을 세우고 법을 만들어야 할 지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다. 한마디로 이 기간 의원들의 스페인 나들이는 들인 돈보다 얻을 것이 훨씬 많은 ‘남는 장사’라 할 수 있다.

그래도 7명 미방위 의원들의 스페인 나들이는 찜찜하다. 여의도 국회에서 어떻게 일을 해왔고, 또 어떤 일을 할 지 뻔히 보이는 까닭이다. 미방위는 지난해 ‘처리법안 1건’으로 ‘놀고먹는 상임위’ 1위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그나마 이번 스페인 나들이를 앞두고 클라우드 법 등 7개 법안을 본회의 처리까지 마치는 기민함을 보여준 것에 위안을 삼을만 하다.

하지만 미방의 의원들의 사상 최대 스페인 나들이를 앞두고 2월 국회에서 보여준 속내는 별반 다르지 않다. 네트워크와 모바일 전쟁을 위해 세계가 통신용으로 배정한 700㎒ 주파수를 굳이 방용송으로 해야한다며 주무장관을 윽박지르던 모습은 여전히 기록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총선이 이제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방송국을 우군으로 만들기위한 여야의 눈물겨운 아부가 만든 참극이다. 정보통신 입법권은 산자위로 넘기고, 방송정책만 담당하는 ‘방송위’로 이름을 바꾸는게 차라리 당당할 것이다.

실제 힘없는 유권자들의 아우성이 담긴 단말기 유통법 개정, 개인정보 보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통신사의 통신기록 자료제출 관련 법안 등은 또 다시 ‘다음 국회’ 법이 되고 말았다. 눈 앞에 다가온 드론 택배 시대, 또 무인 자동차 시대를 대비해 도로교통법이나 항공 관련법, 또 사물인터넷을 위한 보험 제도를 선제적으로 개정하는 것까지 바라는건 사치다.

1년 넘게 끌어온 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공중파 방송사와 통신ㆍ케이블 업계의 콘텐츠 사용료 분쟁도 국회 미방위 의원들에게는 여전히 남의 일이다.

이들 7인의 미방위 의원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전시장에 나타난 것은 단 하루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비행기를 타고 글로벌 방송 행사장을 향해 날아갔다. 반면 세계 통신 업계와 통신 표준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통신 지도자들, 또 외국의 통신정책 수장들과 만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아직도 ‘방송위’의 모습을 벗지 못한 미방위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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