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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해철 사망으로 본 의료사고 주의보…쉽고 싼 ‘쁘띠성형’의 유혹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퀵 광대하면 300인데, 행사중이라 150에 해요. 고객님은 퀵광대가 효과가 좋을 것 같고, 지방이식 하면 윤곽이 살아요. 지방이식은 150” / “풀 페이스로 이마, 볼, 턱 중 두 곳 이상을 하면 보강시술까지 120에 해줄게요, 턱이 좀 고민이면 보톡스 맞으면 되고…”

최근 성형수술이나 시술 중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병원에서 환자의 상태도 확인하지 않은 채 염가로 수많은 쁘띠성형(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성형수술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술)을 제안하거나 인근의 다른 병원과 협업해 할인을 해주는 방식 등으로 무분별한 성형을 권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3일 본지 기자가 서울 강남 일대의 일부 성형외과 및 피부과를 방문한 결과 상당 수가 ‘성형수술을 하면 다른 시술을 할인해준다’며 ‘쁘띠성형’ 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서울 압구정의 P 성형외과. 얼굴이 작아보이고 싶다며 이 곳을 찾은 기자에게 자신을 상담실장이라고 소개한 여성은 정신없이 예뻐지는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여성은 고객이 원하는 바를 의사보다 더 잘 알고있는 듯했다. 좀 싸게 해줄 수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보톡스는 국산이 12만 원, 영국산이 18만 원인데, 영국산을 국산 가격에 해줄게요”라고 답했다.

평소 피부트러블이고민이었던 기자는 “피부과도 같이 하느냐”고 물었다. 

상담실장은 “당연히 된다”며 “위층에 피부과가 있는데, 여기서 성형수술하신 분은 올라가실 때 말해 드린다”고 대답했다.

30분 넘게 진행된 이 날 상담에서, 고객님의 건강상태에 대한 질문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서울 압구정의 또다른 성형외과. 피로회복기능이 있는 ‘신데렐라 주사’에 대해 문의하자 “백옥주사 등 다른 주사 3가지를 한꺼번에 맞으면 25%까지 할인해준다”며 성분이나 효능에 대한 설명 없이 세 가지 주사를 한 번에 권했다.

강남역 인근의 한 성형외과는 “눈이나 코 성형을 할 경우 인근 피부과에서 보톡스 주사를 크게 할인받을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쁘띠성형은 성형외과나 피부과 뿐 아니라 안과, 산부인과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최근 생리통으로 서울 종로구의 한 산부인과를 찾은 A(27ㆍ여) 씨는 “산부인과 옆의 에스테틱에서 필러 주사를 맞을 경우 할인해준다는 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쁘띠성형’ 역시 의료행위의 일종인만큼 의료인이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지 않을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달 26일 강남구 신사동의 한 의원에서 지방이식 수술을 받던 김모(30ㆍ여) 씨가 수술 후 패혈성 쇼크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해 사망한 가수 신해철 씨가 받은 위축소수술의 경우도 비만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들에게 치료용으로 도입된 수술이지만, 다이어트용으로 인지돼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보건복지부는 ‘비포애프터 사진 게재 금지’, ‘수술실명제 도입’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성형외과가 무분별하게 많아지면서 수익 창출을 위해 전공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시술을 함께 진행하는 일이 흔해졌다”며 “수술이나 의약품이 남용되지 않도록하고, 위험요소에 대해 미리 안내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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