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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내일은 슈퍼리치!⑥학자금 온라인 대출사업으로 성공…소피(SoFi) 창업자 마이크 캐그니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새 학기를 앞둔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은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당장은 걱정을 덜어보지만 졸업 후 그 빚을 매달 갚아나가면서 또 한번 시름에 빠지게 된다.

미국에선 이러한 졸업 후 학자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고자 p2p(peer to peerㆍ개인과 개인간 직접 연결) 학자금 대출 전문업체가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중 마이크 캐그니(Mike Cagneyㆍ44)가 이끄는 소피(SoFi)는 창업 4년 만에 기업공개(IPO)를 바라볼 만큼 빠르게 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소피의 몸값은 2월 현재 13억 달러까지 올랐다. 포브스는 올해 기업공개 유력 후보군에 소피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캐그니도 기업공개에 욕심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으로 15분 만에 대출 완료=p2p 대출은 기존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모든 과정이 진행된다. 소피는 대출 신청부터 승인까지 단 15분 밖에 걸리지 않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은행처럼 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필요한 서류의 양을 줄여 보다 수월하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마이크 캐그니 소피 공동 창업자 겸 CEO.(출처=마이크 캐그니 트위터)

신청자가 현재 자신의 대출 상태와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를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PC화면을 캡쳐해서 올리는 방식으로 서류 제출도 쉽게 했다. 금리와 상환기간, 상환방법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금리는 변동금리(1.93%~5.18%)와 고정금리(3.50%~7.24%)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학자금 대출 금리보다 싼 이율로 빌려준다. 상환방법으로 매월 계좌에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게 하는 ‘자동납부’를 선택하면 금리를 추가적으로 0.25% 낮출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서류검토 및 심사가 이뤄지고 승인이 떨어지면 즉시 대출이 가능하다.

▶학맥(學脈) 이용해 자금조달=소피는 벤처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지만 동문 선배들의 ‘십시일반 투자’를 통해서도 자금을 마련했다.

스탠퍼드대학원 출신인 캐그니는 사업 초기 스탠퍼드 동문들부터 접촉했다. 졸업 후에도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느라 어려움을 겪는 스탠퍼드 재학생과 졸업생들을 위해 동문 선배들로부터 돈을 끌어오는 것이 1차 목표였다. 물론 사전검증을 거쳐 동문을 선정했다. 당장 투자 가능한 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이거나 연간 소득이 20만 달러 이상인 ‘성공한 동문’이 대상에 속했다. 그 결과 총 40명의 동문으로부터 200만 달러를 조달해 100명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었다. 이후 하버드, 펜실베니아, 노스웨스턴대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소피(SoFi)라는 이름은 ‘Social’과 ‘Finance’에서 따왔다. 사회적 인맥을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소피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소피는 이를 통해 중간에서 재학생 및 졸업생과 동문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도 했다. 만약 대출자가 실직을 하면 소피는 상환을 일시 중단하도록 하고, 동문 투자자들과의 ‘학맥’을 이용해 일자리도 알선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그 밖에 자기소개서 첨삭과 면접 코칭까지 해준다. 일종의 멘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구축된 네트워크는 소피만의 강점이자 자랑거리다.

▶지금까지 채무 불이행자는 0명=소피가 대출 서비스를 시작하고 4년이 지난 현재까지 대출금 상환을 포기한 채무 불이행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엄밀히 말하면 두 차례 미상환 사례가 있지만 이는 대출자가 모두 사망해서 발생한 경우다. 연방정부의 학자금 대출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 중 14%가 빚을 갚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것과 비교하면 소피의 고객들은 신용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여기엔 소피만의 엄격한 대출 기준이 숨어있다. 대출 신청자의 학위 및 신용등급 뿐만 아니라 현재 일을 하고 있는지 혹은 취직제의를 받아 90일 안에 일을 시작할 수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진다. 로스쿨 출신의 경우 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딴 사람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소피는 이런 식으로 대출 대상을 좁혀 위험을 줄였다. 학맥이 중요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만약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는 구조다. 


소피는 동문 선배로부터 투자받아 후배들에게 대출해주는 것을 기본 모델로 한다.

캐그니는 “선물로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는 없다”며 “투자자들도 자금 회수와 수익성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소피 비웃던 은행들도 긴장=소피를 창업하기 전에도 캐그니는 금융 관련 일을 해왔다.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제학 학사 및 석사를 받고 1994년부터 미국의 민간은행 웰스 파고(Wells Fargo)에서 트레이더로 일을 시작해 헤드 트레이더까지 올랐다. 2000년에 회사를 나와 자산관리 소프트웨어 회사 피나플렉스(Finaplex)와 헤지펀드 회사 카베존 인베스트먼트(Cabezon Investment)를 잇달아 창업했다.

이후 2010년엔 다시 학교로 갔다. 기업가로서 재충전하기 위해 찾아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세 명의 인연을 만났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동문들이 후배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p2p 대출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고, 중국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런런(Renren)’의 창업자 조셉 첸(Joseph Chen)과 베이스라인 벤처스(Baseline Ventures) 창업자 스티브 앤더슨(Steve Anderson)으로부터 투자받아 이듬해 소피가 탄생했다.
 

마이크 캐그니는 소피의 대출방식이 수익성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있고, 보람도 있다고 말한다.

캐그니는 2012년 투자를 받기 위해 월가에 접촉했지만 냉대를 받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한 직원은 코웃음치며 “학자금 대출이요? 행운을 빕니다”라고 비아냥거렸다고 캐그니는 회상했다. 그러나 소피는 이제 학자금 대출뿐만 아니라 모기지와 일반인 대출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소피의 신규 학자금 대출은 25억 달러, 모기지 대출은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기존 은행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마이크 캐그니가 걸어온 길
1971년 출생 → 1993년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졸업 → 1994년 캘리포니아대 응용경제학 석사, 웰스 파고 은행 입사 → 2000년 자산관리 소프트웨어 회사 피나플렉스 창업 → 2005년 헤지펀드 회사 카베존 인베스트먼트 창업 → 2010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입학 → 2011년 소피 공동 창업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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