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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셰프테이너’ 최현석, “방송에서만 허세프, 필드에선…”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일주일 중 사흘,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브라운관을 접수했다. 월요일 오후 9시 ‘냉장고를 부탁해’, 화요일 오후 9시 ‘올리브쇼 2015’, 수요일 오후 11시 MBC ‘라디오스타’까지 출연했던 지난주 상황이다. 배우 서태화에 따르자면 “변방(케이블 요리 채널 푸드TV)에서 방송 활동을 시작한” 2011년을 지나, 최현석(43) 셰프는 현재 ‘쿡방’ (쿠킹+방송) 전성시대와 함께 떠오른 대표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가 됐다.

방송에서의 최 셰프는 예능인들을 기죽일 만한 감각으로 프로그램을 장악하지만, ‘필드’의 그는 전혀 다르다. ‘셰프 셰프 허세프’라는 수사를 만든 ‘소금 흩뿌리기’나 ‘앞치마 폼나게 매기’를 연출하는 일은 없다. “짬밥 어릴 때나 하던 장난”을 방송에서 하는 것일 뿐 5개의 레스토랑을 관리하는 총괄셰프이다 보니 현장에서의 그는 완벽한 ‘프로의 얼굴’이다. 스타가 된 요리사를 그의 일터(엘본 더 테이블 가로수길 본점)에서 만났다. 

최현석 셰프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디저트 품평회’를 마치고 돌아온 최현석 셰프는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진행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예약 현황을 먼저 물었다. “방송을 한 이후로 레스토랑에 더 자주 가고 신경도 많이 쓴다”는 ‘라디오스타’에서의 말이 괜한 소리는 아니었다. “방송에 많이 나가면 사람들은 요리는 안 하고 방송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고정 코너는 두 개인데도 맨날 나오는 것 같나 봐요. 똑같이 하고 있는데 그런 반응이 들리면 강박도 생기죠.”

덕분에 더 바빠졌다. 밀려드는 게스트 요청에 고정 프로그램(올리브쇼 2015, 냉장고를 부탁해)를 소화하고, 필드에선 총괄 셰프로 분주한 매일을 보낸다. 스스로 “생계노동형 요리사”라고 말하는 이유다.

▶ 셰프 셰프 ‘허세프’=유수의 해외파들이 지상파와 올리브 채널에서 ‘1세대 스타셰프’로 이름을 알릴 때 최현석 셰프는 ‘푸드TV’를 통해 방송을 시작했다. 요리사 집안에 고졸 출신인 국내파, 190㎝에 달하는 훈훈한 외모 등의 프로필도 주목거리였다. 이후 ‘올리브쇼’, ‘한식대첩’은 물론 ‘냉장고를 부탁해’ 등을 통해 그는 친숙한 셰프의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왔다. 한껏 폼을 잡는 모습에서 ‘허세프’라는 별칭을 얻었고, 노래까지 열창하는 다양한 끼로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내린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최현석 셰프의 존재감을 키운 방송이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15분 동안 요리를 할 때는 제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다 기억을 못해요. 맡은 역할이 멋있는 요리인데 순간 순간 재밌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나봐요. 대결을 통해 별을 따야한다는 건 중요하지 않은데, 요리가 잘못되는 건 굉장히 스트레스거든요. 15분 안에 요리를 해야하는 자리에 서면 두근두근하면서 심박수가 빨라지죠.”

방송에서 요리를 하던 중 나오는 장난스런 제스처를 뒤늦게 보고서야 최 셰프 스스로 “내가 저랬어? 미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너무 재밌어서”란다. 

최현석 셰프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사실 15분 안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일 수도 있지만, 최 셰프에게 대결구도의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도전을 즐기는 편이라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내심 “누굴 데려와봐라” 하는 자신감도 없진 않았다. 최 셰프를 섭외한 제작진은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었다. 제작진과 최 셰프는 타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될 ‘냉장고를 부탁해’만의 방향을 만들어갔다. 최 셰프는 자문 역할이었다. “친한 사람들이 함께 있어야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해 ‘셰프 리스트’도 건넸고, 주방 설비부터 유니폼 디자인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최현석 셰프를 비롯한 개성 강한 셰프(샘 킴, 정창욱, 미카엘)들과 홍석천, 김풍까지 합류하니 프로그램은 독특한 볼거리가 생겼다. 이들의 성향에 따라 요리의 장르가 달라진다. 준비된 재료가 아닌 뭐가 나올지 모르는 연예인들의 냉장고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최 셰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1000개 가량의 레시피를 냉장고 속 재료에 오버랩시켜 요리”하기에 분초를 다투는 선택의 압박도 덜 하다. 불과 15분 안에 만들어내는 요리에도 김성주 정형돈 두 MC가 ‘이 맛은 필드의 최현석’이라는 반응을 달고 다니는 것도 ‘자기만의 레시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셰프는 “그래서 제가 만든 요리가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이라며 ‘허세프’의 화법으로 이야기한다.

“대결에서 이겨 별을 가져가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여기에서 진다고 제 실력이 저 사람보다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긴다고 상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거든요. 단지 제가 만든 음식이 멋지게, 제대로 나오면 그걸로 충분하죠.”

▶ ‘필드’의 최 셰프=“내 음식이 맛이 없었던 적은 없다”는 ‘방송용 멘트’에선 자신의 직업과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라디오스타’의 독설MC들이 말하듯 “겸손이라는곤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칠 수도 있지만, 최 셰프는 자신을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소위 말하는 “‘자뻑’은 콤플렉스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제가 절 알잖아요. 저만 아는 인간적인 모습들에 대한 콤플렉스죠. 하지만 요리사로서는 부끄럽게 살지 않았어요. ‘접시에 담아내는 것이 내 얼굴’이라는 게 좌우명이에요.”

‘요리사 집안’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최 셰프는 단 한 번도 요리사를 꿈꾼 적은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태권브이 조종사나 로보캅(‘라스’의 로보캅 흉내 역시 최 셰프의 간절한 꿈이 만든 개인기였다)을 꿈꿨고, 운동에 빠져 무술가가 되려다 가스펠 싱어를 준비했다. “영발이 부족해 그만 두고, 기술직인 요리사에 입문했다”는 그는 어느새 20년차 셰프이자 수많은 제자를 둔 스승이 됐다. 대학에선 ‘딸바보’ ‘아들바보’가 되는 교수님이다.

초년병 시절을 돌아보니 최 셰프를 부끄럽지 않은 요리사의 길로 이끈 스승이 떠올랐다. 그가 말하기를 “기본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에 피곤한 꼰대”라는 국내 1세대 이탈리안 요리사 김형규 셰프다. 김형규 셰프에게 ‘요리의 기본’을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기에 최 셰프는 음식에 해가 되는 일도, 장난을 치는 일도 사절이다.

최현석 셰프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당연히 방송에서의 요리 역시 언제라도, 누구나 먹을 수 있도록 똑같이 만들어야한다는 것이 최 셰프의 철칙이다. ‘촬영용’과 ‘시식용’을 따로 만들며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셰프들을 향해 “그런 사람은 셰프가 아니”라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버려지는 것이 아까워서라도 어떤 상황에나 똑같은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죠. 내가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보는 게 이 일을 하는 우리의 에너지거든요. 촬영용과 시식용이 따로라는 건 셰프로서 할 수 없는 일이에요.”

TV만 틀면 ‘요리 예능’이 범람하는 만큼 스타셰프가 흔해진 때에 최 셰프는 꼭 한 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방송에는 필드에서 검증받은 셰프들이 나온다. 그렇다고 방송에 나온 셰프가 톱셰프는 아니”라며 “다만 방송에 더 적합할 뿐이지 우리보다 더 잘 하는 실력파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시청자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필드의 평가는 다르다”는 것이다. 최 셰프의 이야기에 필드에서의 그에 대한 평가를 물었더니, 또 한 번 ‘허세프’가 됐다. “레퍼런스 구해보시면 다 알아요.”

레스토랑 오픈 시간을 앞두고 분주해진 최현석 셰프를 붙잡고 하나를 더 물었다. “20년 전 시저 샐러드를 처음 만들던 최현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했다. “재밌게 살아라. 앞으로 넌 잘 될 거니까 절대 요리 그만두지 마라.” 지난 20년, 조금의 굴곡도 없을 리는 없다. 최 셰프가 옆에 서면 손을 떨기도 한다는 ‘미래의 최현석’에게도 건네는 이야기로 들렸다.

/shee@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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