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테이크아웃’을 위해 태어난 종이컵, 한번 쓰임을 다하고 나면 버려지고 마는, 가혹한 운명을 타고 난 종이컵…. 그래도 괜찮다. 한때 존재했으며 존재했던 모든 것은 아름답고 소중하니까.

하형선 작가는 테이크아웃 커피컵, 전구, 달걀껍질 등 다 쓰고 난 후 곧 버려질 물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일상의 자투리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커피컵,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60X50㎝ [사진제공=갤러리주해]

하 작가는 사진 인화를 하는 암흑 속에서 쌀을 뿌려 사진 위에 하얀 쌀 흔적을 남기는 ‘포토그램(photogram)’ 작업을 주로 선보여 왔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쌀알 작가’다. 1993년 서울예술대학 졸업 후 뉴욕으로 건너가 스쿨오브비쥬얼아트와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사진을 공부한 작가는 한국은 물론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명성을 쌓고 있다.

하 작가가 아내인 김수강 작가와 함께 6일부터 서촌 갤러리주해(종로구 필운대로)에서 사진전을 연다. 두 부부작가가 이번 전시에 선보일 작품들은 모두 19세기 쓰이던 비은염 인화 방식을 기반으로 했다. 그래서 이들의 사진은 회화같다. 닮은 듯 다른 두 부부의 섬세한 정물사진 속에서 우리가 몰랐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4월 5일까지.

/ami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