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멋과 낭만의 ‘동아리’ 옛말…단톡방이 뜬다
개강 대학가 표정 2題
대면접촉 통한 소통 기피
빡빡한 취업환경도 한몫…새내기 지원없는 동아리도


새학기를 맞은 대학 캠퍼스가 조용하다. 젊음의 열기는 찾아볼 수 없고 썰렁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입학과 동시에 취업 준비에 내몰리면서 2015 새내기 대학생들 사이에서 멋과 낭만의 ‘동아리’를 대신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에서 ‘사이버 친구’를 찾아 소통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일 방문한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캠퍼스에서 동아리는 ‘위기’를 맞은 듯했다. 1960년대부터 운영돼 온 K 대학교 문학동아리의 경우 현재 활동하는 회원이 1~2명에 불과하다. 이 동아리에서 만난 11학번 손모(25) 씨는 “입학할 당시에는 30명 정도가 가입해 활동했는데, 지난 해에는 지원자도 5명에 불과했고, 현재 활동하는 인원은 1명”이라고 말했다. 

새학기를 맞은 대학 캠퍼스가 과거에 비해 썰렁해졌다. 입학과 동시에 취업준비에 내몰리는 대학생들은 멋과 낭만의 동아리를 떠나 사이버 세계에서 친구를 사귄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같은 대학의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어회화 동아리의 함모(23) 씨 역시 “11학번의 경우 30~40명 정도가 지원해 7명이 활동했는데, 현재 14학번은 1명 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H 대학교의 중앙동아리 연합회장은 “최근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동아리가 문을 닫았다”며 “문학이나 영화, 국악 등의 동아리는 활동하는 사람이 3~4명 정도에 그치는 등 스펙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동아리가 아니면 활동이 극히 저조하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동아리를 떠난 대학생들은 사이버 세계에서 친구를 사귄다. 현재 서울시내 상당 수의 대학교는 ‘페이스북’ 상에서 ‘00대학교 대나무숲’이라는 이름의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대나무숲은 학교가 아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계정이다.

새학기를 맞아 대나무숲에 는 “15학번 새내기입니다. 00학과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없나요? 끼워주세요” “00수업 들으시는 분 있나요?” 등의 글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대학에 들어온 젊은 세대들이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등 온라인에 익숙해져있을 뿐 아니라 대면접촉을 통한 소통 경험을 많이 해보지 못한 탓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린 취업환경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모든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걸 피곤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젊은 세대들이 수없이 많은 정보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조준해 끌어모으기 위한 편리한 수단을 동원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